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 고화질 시청 … 이르면 연말부터 추가 비용 없이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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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이르면 올 연말부터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들도 추가 비용 없이 모든 케이블 채널을 고화질(HD)로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화질 시청이 가능한 지상파 디지털TV 방송 방식은 8VSB(8레벨 잔류 측파대) 기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방식이 종합편성채널 등 모든 케이블 채널(PP)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27일 “12월 초 방송진흥계획을 발표하면서 8VSB 도입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8VSB 도입에 대한 정책 결정이 이뤄졌느냐”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밝히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의견을 조율해 최종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8VSB 도입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청자가 돈을 더 내지 않고도 선명한 방송을 볼 수 있다면 기술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며 케이블 방송사의 8VSB 송출을 허용할 뜻을 밝혔다. 그는 “저화질을 보고 있는 900만 명의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지상파만 혜택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며 “미래부 장관이 빨리 도입하겠다면 방통위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도 디지털TV만 보유하고 있으면 셋톱박스 등 별도 장비 없이도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을 고화질로 볼 수 있다. ‘7-1, 9-1’ 등의 번호로 표시되는 채널이 바로 8VSB 방식이다. 그러나 지상파를 제외한 케이블 방송사는 규제와 지상파 방송사의 반대에 가로막혀 그동안 8VSB 전송방식을 쓸 수 없었다.

 정부가 규제를 풀 경우 월 5000원 남짓의 요금을 내고 있는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들도 지상파를 포함한 40~50개 채널을 고화질로 볼 수 있게 된다. 셋톱박스가 필요 없고 추가 요금 부담도 없다.

 이 위원장은 이와 함께 다채널 방송(MMS)은 광고가 없는 공영방송에만 허가할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상파 채널을 늘리는 것은 방송을 무료로 제공하는 곳에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며 “광고가 없는 EBS는 충분히 가능하고, KBS도 무료로 방송하면 다문화·장애인 채널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면적인 MMS 허용은 방송산업을 다 망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상업광고를 유치하고 있는 KBS2와 MBC, SBS 등에는 당분간 MMS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요구하고 있는 중간광고 허용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국민에게 혜택을 준다면 도입해야겠지만 방통위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어 정부 간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다음 달 5일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종합계획에는 8VSB 도입 방안 마련과 MMS 허용안은 포함됐지만 시청권 침해 등 논란이 큰 ‘지상파 중간광고’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태화·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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