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17명의 어린 목숨을 잃어버린 하천1리 29가구 1백70여 주민들은 어처구니없는 참변에 울음바다를 이뤘다.
불은 사씨집 천장과 벽의 일부 등을 태워 1만원 안쪽의 작은 피해를 냈지만 한꺼번에 두 아이를 잃은 집이 5가구가 되는 등 너무나 큰 비극을 남겼다.
아들 조철호군(4)과 딸 순호양(7·상천국민교 1년) 을 잃어버린 사정애씨(29)는 4년 전에 남편 조영호씨를 여의고 채소장사를 하면서 3남매를 키워 왔다. 사씨는 한 달쯤 전에 초가에 「슬레이트」를 얹느라고 5만여원의 빚까지 져 남의 집 품팔이도 하고 약초를 캐다 팔기도 했다.
사씨는 이날도 낮 12시쯤 서울에 가서 약초 2백원 어치를 팔고 돌아가 남궁씨집 잔치 음식준비를 도왔다.
사씨는 자기 아이들에게 저녁밥을 얻어 먹인 뒤 집으로 돌려보내고 계속 부엌일을 거들었다.
『불이야!』 소리를 듣고 사씨가 뛰어나갔을 때는 이미 두 아이가 불길에 싸인 뒤.
사씨는 마당에서 뒹구르며 『철호야』하고 울부짖었다.
이병삼씨(32)는 맏딸 미자양(11), 둘째딸 미옥양(6) 맏아들 춘기군(9) 등 3남매를 모두 잃고 『나는 어떻게 살란 말이냐』면서 방바닥을 쳤다. 이씨는 이날 상오 11시쯤 춘기군이 병원에서 죽자 집으로 돌아갔으나 하오 6시가 지나 두 딸이 모두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울음마저 잊어버리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웃 이병무씨(32)는 두 딸 근희양(11·상천국 4년)과 태식양(8·상천국 1년)을 잃었고 김영주씨(60)도 2남 광필군(11·상천국 5년)과 3녀 광연양(8·상천국 2년)을 한꺼번에 잃어버렸다.
이 마을 어린이들 가운데는 「태식」 「광연」 「중대」 등 사내이름을 붙인 여자 어린이가 많아 성별을 가리는데 한때 혼란, 「태식」양의 경우 아버지 이병무씨가 딸만 여섯을 낳아 아들을 바라고 지은 이름이라고.
2일 아버지의 회갑 날을 맞은 남궁길씨(32)집은 이미 장만해 논 음식을 버릴 수 없어 지난밤의 슬픔을 참으며 잔치를 치렀다.
지난밤 잔치준비로 이웃 어린이들과 함께 중상을 입은 3남 녹군(8)을 「메디컬·센터」에 입원시켜 놓고 돌아 온 남궁씨는 잔치손님을 말없이 받았고 초대받은 30여 명의 손님들도 한결같이 어린이들의 참사를 마음 아픈 듯 위로했다. <김재혁·원대연기자>김재혁·원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