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학점제는 과중한 부담|3개 사대 대학교육 혁신 방안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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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학점에 매달린 대학교육을 탐구 활동 중심의 학구분위기로 바꾸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연대·고대·서강대 등에서 검토되고 잇다. 현행 1백60학점제도를 1백40학점으로 인하하여 대학교육의 혁신적 방향을 선정하고 그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 논의의 줄거리다.
연대는 이미 70년∼85년간의「마스터·플랜」에서 75년부터 1백40학점제를, 그리고 80년부터는 1백20학점제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들 대학이 소위 창회을 구성하고 1백40학점제를 활발히 논의하는 것은 문교당국의 어느 정도의 보장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졸업에 1백60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것은 교육법 시행령에 명문화된 강제 규정이며, 이의 개정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16일 연대 교육과정연구위원회(위원장 홍윤명 부총장)는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학교로서의 방침을 논의했다.
서강대는 학점문제와 함께 신입생을 학과 구별없이 모집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에서는 그동안 10여 차의 논의를 통해 이에 따르는 문젯점을 논의했는데 이번 학기 안에 학교의 공식태도를 밝힐 계획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현행 1백60학점 제도에 대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1백60학점은 학생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학업태도를 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배우느냐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쉽고 편리한 학점취득의 방법에 몰두하게 된다는 것.
교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학생들에게 과제를 주고 개인적으로 접촉하는 시간을 갖기 어려우며 불가피하게 주입식의 일방적 강의를 끝내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주입식의 단편적 지식전달에 끝나게되는 교육이 되지 않을 수 없고 현재와 같은 교육으로서는 또 1백60학점 정도는 이수시키지 않을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많은 학점에 공이 낮은 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또 학과간의 장벽을 넘나들면서 폭넓은 학문적 접촉을 갖지 못하게 한다는 문제도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 더욱 큰 문제는 모든 교육활동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데서 그치고, 능동적이고 자기 개발적인 활동의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같은 사실은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이 단편적 지식의 암기나 모든 사태에 능동적 대처보다는 어떤 지시를 기다리는 태도를 길러왔다는 것이다.
1백40학점이나 1백20학점으로 줄이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선 대학을 창조 및 개발능력과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곳으로 가정하고 출발한다. 지엽적이고 백과사전식의 교육을 대학까지 연장시켜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은 몇 가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잘못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시간 수만 졸이고 대학으로서는 강사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 우려는 무시될 수 없다. 먼저 이러한 개혁은 적은 학점이면서도 질적으로 압축된 것이 아니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의 개편이나 도서관 시설, 실험시설 등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충분한 교재를 개발하여 많은 과제를 주고 일일이 교수가「체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실정은 교재가 너무 없다. 그리고 시청각시설 등 교육보조기구도 갖추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어쨌든 이같은 움직임은 대학의 재산상 이득을 위한 방편으로 되지 않는 보장이 있을 때 뜻이 있으며, 대학 사회의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의 풀이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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