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문제 있는 땅 … 한·미훈련 계속 … 북한이 어떻게 해야겠어요, 쏴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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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대표들이 22일 저녁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下野)를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미사 강론을 한 박창신 신부는 이런 말을 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천안함 사건. 저 NLL(북방한계선)지역에서 한·미 군사합동훈련을 한단 말이에요. 이지스함 3대로 훈련을 하고 있는데, 북한 함정이 어뢰를 쏘고 갔다? 이해가 갑니까? 그렇다면 북한은 아주 굉장한 기술이 있네? 처음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나도 배를 만들어 봐서 아는데, 배가 누워지면 끊어진다’ 그랬거든요.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니까 이것이 북한이 했다고 만드는 거예요. 왜냐. 북한을 적으로 만들어야 종북 문제로 백성을 칠 수 있으니까.”

 “NLL이 뭡니까. 그거는 유엔군 사령관이 우리 쪽에서 북한으로 가지 못하게 잠시 그어 놓은 거예요. 북한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휴전협정에도 없는 거예요. 군사분계선도 아니에요. 독도는 우리 땅이죠? 일본이 자기 땅이라고 하고 독도에서 훈련하려고 하면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해요? 쏴버려야 하지. 안 쏘면 대통령이 문제 있어요. NLL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 군사운동을 계속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해야 하겠어요? 북한에서 쏴야죠. 그것이 연평도 포격사건이에요. 그래서 저는 오늘 부탁합니다. 정말. 이명박 대통령 책임져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닙니다. 정말로 책임져야 합니다.”

 이와 별도로 사제단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박 대통령의 사퇴를 주장했다. 그러곤 “이 촉구가 들어지지 않으면 시국기도회와 시국미사를 계속할 것이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님을 선언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대한민국 신부의 말로는 믿겨지지 않는 발언”이라며 “이게 연평도 포격도발사건 3주기에 할 말이냐”고 말했다.

 대통령 하야 촉구에 대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도는 잘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은총을 기원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나라가) 잘되라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나쁜 걸 원하는 건 기도라고 안 하고 저주라고 한다”며 “여론이 심판할 것”이라고 반응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날 오전부터 정의구현사제단의 행동을 놓고 충돌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현재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임에도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사법부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며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거리로 나가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대선 불복성 행동을 끊임없이 하는 민주당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자신들의 편향된 사견을 종교 행사의 형식을 빌려 강제하고 또 전파시키려고 하는 것은 합리화될 수 없다”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분들이 참여하는 야권연대라는 것이 결국 대선불복연대라 비판받는 이유를 스스로 확인시켜주고, 입증하고 있다. 민주당은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 중 일부가 민주당·정의당·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과 함께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 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연석회의’ 결성에 참여한 걸 겨냥한 말이다.

 이에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종교계에서 한 일을 야당에서 이유를 찾으려 하면 곤란하다”며 “굳이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정의구현사제단의 일부 신부님들이 연석회의에 참여했을지는 몰라도 이는 개인적인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배재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왜 천주교 사제들까지 나서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하려고 하는지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지금은 분명한 정권 위기 상황이다. 이를 어물쩍 덮고 가려고 하면 그 위기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가 대선불복이 아니라고 수차례 밝혔음에도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면 자칫 대선불복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진·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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