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을 아버지 호칭' 사건 임수경 의원 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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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부장 장준현)는 임수경(사진) 민주당 의원이 1989년 방북 때 자신이 김일성 주석을 ‘아버지’라 불렀다고 말한 새누리당과 한기호 의원, 전광삼 전 수석부대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0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임 의원은 지난해 6월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탈북자 단체 간부와 시비가 붙자 “대한민국에 왔으면 조용히 살아, 이 변절자 XX들아”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된 후 새누리당 측은 논평과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임 의원이 평양 방문 당시 김일성을 아버지라 불렀다’고 언급했다. 임 의원은 이들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에 대한 언급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만 공익적이고 아예 허위라고 볼 수도 없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변절자 발언 등을 통해 원고의 정치·이념적 성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폭된 상황이었다”며 공익성을 인정했다. 이어 “탈북자 단체들이 법원의 사실 조회에 당시 북한TV에 원고가 김일성 주석을 ‘아버지 장군님’ 등으로 불렀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답한 점 등을 보면 허위라고 볼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며 “진실이라고 단정할 증거는 없지만 피고들이 해당 내용을 믿은 것으로 보여 위법성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앞서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북한 TV에 임 의원이 김일성 주석을 ‘어버이 수령님’ 또는 ‘아버지 장군님’이라고 불렀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증언했다. 임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법원의 이번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예훼손임을 인정하면서도 ‘허위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임 의원에게 있다’는 판결 이유에 대해 전혀 납득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으며 역사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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