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화전 26일부터 10일간, 조자용씨 소장 40점 갖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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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동안 도외시됐던 우리 나라의 민화가 새로이 각광을 받기 시작, 오는 26일부터 10일간은 삼일로「빌딩」 26층에서 이른바 민화전까지 열리게 됐다.
한국「엔사이클로피디어·브리대니커」사(사장 한창기)가 학문과 예술활동을 위해 마련한 「벤튼」회관의 개관기념으로 갖는 이 민화전에는 「에밀레·하우스」의 조자용씨 소장품 가운데 대표적인 40점을 간추려 전시하는데, 민화로만 하나의 전시회가 꾸며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씨는 민화를 1천여점 수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방면 굴지의 「컬렉터」. 그는 민간의 이름 없는 사람들이 그려놓은 허다한 화폭들에 10년 전부터 착안, 수집함으로써 별 밑천 안들이고도 소중한 것들을 상당히 모아놓았다.
물론 근자에는 몇몇 중요 민화 수집가가 꼽히는 터이고 때로는 역대화가의 작품과 마찬가지의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경우도 없지 않다.
민화에 대한 주목이 이처럼 고조된 것은 화원의 작품에 비할 수 없을이 만큼 한국적 풍토성이 짙다는 점에서 새삼 일반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민화는 숙련과 기교를 통한 고도의 예술성으로 감싸져 있지 않다. 아주 사실적이면서도 지극히 간략하게 상상의 세계가 표현돼 있다. 말하자면 질박하고 즉흥적이라 할까.
그러면서도 거기 서민의 신앙과 생활이 적나라하게 집약돼있어 그 한 폭 그림마다 숱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민화가 인종을 초월해 「프리미티브」한 느낌을 주고 또한 민족의 풍속사와 직결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 나라 민화의 소재로 흔히 다뤄지는 호랑이·거북·사슴·토끼·까치·닭·학·잉어·용 같은 것은 그것이 동물로서가 아니라 이웃처럼 다정한 느낌으로 형상화 돼 있다.
산과 바위, 나무와 불로초에 이르기까지 모두 우리에게 상서로운 표상. 오랫동안 민간에 전승돼오는 사이에 화법이 도식화로 굳어버려 어느 나라 그림과도 유별한 화조이다.
반드시 붓과 채색으로 그리지 않고 때로는 인두(낙화)나 유지·가죽으로(비백서) 처리한 민화가 없지 않으며, 화원의 풍속화나 사군자 및 불화의 영향까지 곁들여 민화의 세계란 여간 폭넓지 않다. 그만큼 앞으로 민화의 연구 소지는 넓고 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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