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동·식물을 사랑합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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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태초부터 인류는 동·식물과 더불어 살아왔다.
그 살과 열매를 먹고, 그 털과 섬유를 입었으며, 그 가죽과 줍기를 엮어 옷을 해 입었으니 의식주를 거위 그들에게 의존해 왔던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의 발달을 다만 동·식물 세상을 인류와 공존하는 이웃으로서만 존재할 수 있을 것이 기대된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적어도 인공 단백질의 경우만은 그 합성이 됐다해도 쇠고기니, 돼지고기니, 각각 그 독특한 맛은 어떻게 되는 것이며 씹는 느낌 또한 어떨는지….
동·식물이 삶에 불가결한 재화라는 생각에서라도 소중히 하여야 할 가치가 있고도 남는다. 인간을 도와주는 뜻에서도 보답이나 감사는 그만두고라도 때리고 찌르고 장차 못 먹을 것을 먹여 죽게까지 하는 심사는 무엇일까.
공해 아닌 인 해에 쫓겨 살 곳과 먹을 것을 한꺼번에 빼앗기고 갈데 올 데 없는 동물들과 마구 잘리는 진귀한 식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도 오늘날의 동·식물원이 맡아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그들은 여기에서 사람을 위하여 하고 많은 위안과 교훈을 주고 있으니 보배롭고 사랑스럽지 않은가. 귀여운 마음에서 나누어 먹고 아름다움에 취한 나머지 꽃밭에 들어가는 실점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좋은 일도 한두 번이지 그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그런 다면 결과는 오히려 역 효로 끝난다. 하물며 잘못하는 동·식물들에게 정도 넘친 학대를 한다면 어떻게 살아남는단 말인가.
대중이 모이는 동·식물원 같은 데서는 쉽사리 그 나라국민들의 도덕심의 정도가 나타난다고 한다. 창경원도 10여 년 전 보다는 날로 이러한 일들이 줄어들어 괄목할 만큼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간혹 불미한 사례가 엿보이고 있음은 국민이 다같이 부끄러워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봄을 맞이하여 벌이고 있는 동·식물 애호「캠페인」의 실효를 거두어, 우리도 1등 국민임을 자랑할 수 있도록 다같이 협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영수<창경원 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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