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공장의 실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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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일 호남정유공장의 「벙커C」유 제품 「탱크」에서 발생한 화재는 화학공장에서의 화재로서는 가장 큰 규모의 것으로 피해액도 2억4천여 만원이나 되고, 인명만도 9명이 소사 한 근래에 드문 춘사로 국민에게 준 충격은 크다.
더군다나 밝혀진 화재원인이 유 연료가 6만 「배럴」이나 들어있는 저장 「탱크」외 소 배 단을, 실화에 대한 아무런 경계조치도 없이 용접하다가. 일어난 사고라는 데서 도대체 어쩌면 이만큼 큰 사회적 기업체의 안전관리가 이렇게도 소홀할 수 있는지 기막힐 따름이다.
호남정유는 우리의 기간산업의 하나로 정부지불보증아래 4천9백50만 「달러」의 차관을 얻어 지은 것인데도 안전관리가 엉망이었음이 이제 명확히 드러났다. 「벙커C」유를 지하로 유출시키는 장치도 만들지 않아 화재가 오래 끌었으며 화학소화장비조차 없어 울산정유공장에 긴급협조를 요청하였다고 하니 평소부터 그 안전관리가 얼마나 한심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은 이미 공장의 송유 과장과 안전과장을 입건하여 화재경위를 조사하고 있다하므로 불원 실화의 경위는 밝혀지겠으나 헛되게 생명을 잃은 직원들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 정유공장으로서야 화재보험에서 피해보상을 받게될 것이나 2억 여 원의 국가의 부가 감소된 것은 어찌할 수 없다.
호남정유의 본사는 이미 지난번 대연각 화재 때에 피해를 보았기에 공장화재에 대해서도 응분의 주의의무를 다했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본사가 「프로판·가스」폭발로 인한 화재로 손해를 입은 뒤 고작 3개월 여에 다시 생산공장의 저 유 「탱크」에 기름을 넣어둔 채 산소용접을 행했다고 하는 것은 문자그대로 불을 지고 화염 속에 뛰어든 격이다. 화학공장의 안전과장이나 그 직원들이 「탱크」외벽 계단에서 용접을 하면 자칫 폭발이 유발되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고, 그들의 만용이 무지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보다 철저한 안전관리교육이 요망된다고 하겠다.
호남정유공장과 같은 대규모 시설은 개인의 재산일 뿐만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재산이니 만큼 이의 안전관리를 위한 노력은 훨씬 더 강화되어야만할 것이다. 다행히 이번 불은 저 유 「탱크」에 한정되었기에 피해액이 5억 여 원에 그쳤으나 만고에 이것이 정산시설에까지 연작되었더라면 얼마만한 국가적 손실을 내게 했을 것인지 생각만 해도 아찔할 따름이다.
화학공장인 호남정유 측이 화재에 대비해서 거의 아무런 화학소화장비를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다. 화학공장에서의 화재가 일반적인 화재장비로써는 진화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이미 서울의 서계동 화재창고 폭발 때에 입증된 것이었다.
따라서 비단 호남정유뿐만 아니라 모든 화학공장들은 이러한 화공약품으로 인한 화재에 대해 평소부터 모두 솔선해서 비 상장 선을 도입했어야만 할 것이다. 「벙커C」유 뿐만 아니라 휘발유나 기타 기름 「탱크」에 불이 난 경우에 진화를 하기는 극히 어렵고 연작을 막는 것만이 유일한 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유 시설 등에 불이 난 경우에는 이것을 고작 진화하기 위한 화학장비가 이제부터라도 조속히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호남정유의 「벙커C」유 저 유 「탱크」폭발사건을 계기로 모든 화학공장에 대한 안전관리를 다시 한번 철저하게 재점검하여야할 것이요, 안전관리관을 두지 않는 곳에는 이의 배치를 독촉하여야할 것이다. 또다시 방화시설의 점검을 하여 미온적인 시정지시만 되풀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대연각 「호텔」화재의 교훈만 살렸던들 「팔레스·호텔」의 화재참사는 예방할 수 있었거나 그 피해를 최소한도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요, 서계동 화재의 교훈만 살렸던들 여수공장의 화재는 예방할 수 있지 않았었나 생각된다.
각종화학공장이나 기타 가연성사업장에서는 호남정유사건을 거울로 하여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다 철저한 안전관리를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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