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 마음 내키는 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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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박중희 특파원>영국의 공무원들은 멀지않아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괜찮게 됐다. 마음내키는 시간에 직장에 나왔다가 가고싶을 때 퇴근을 해버린다. 출퇴근시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곳 50만 공무원을 관장하는 공무원총무처는 최근 종전의 고정출퇴근시간제의 철폐를 원칙적으로 결정하고 관계 각 관료기관들로 하여금 각자 소위 유동적인 출퇴근 제도안을 작성하고 총무처의 승인을 받는 대로 곧 실시하도록 시달했다. 이것이 불원 실시에 옮겨지면 그것은 관료기구로서 고정출퇴근시간제를 없애는 최초의 경우가 될 젓이다. 아이디어는 지금까지 일정한 시간(예를 들어 상오9시∼하오5시)에 출퇴근을 해오던 것을 한정된 범위 안에서 각자 마음내키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신축성 있는 제도로 바꾸자는 것이다. 신축성이 그 특징이라고 해서 플렉스 타임이(Flex-time)이라고 이름지어진 이 안을 좀더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우선 하루 근무가능시간을 상오8시부터 하오7시까지의 열 한시간으로 잡는다.
그것을 소위 중핵(core)시간(상오11시∼하오4시)과 여타의 신축(flexible)시간이 두 부분으로 나눈다. 그러나 그 외의 시간에선 각자가 편리한대로 근무시간을 메우면 된다. 예를 들어 새벽잠이 없는 사람은 아침8시에 나와 여덟 시간의 근무를 채우고 하오4시엔 일찌감치 퇴근을 해버려도 좋다. 잠꾸러기면 11시쯤 나왔다가 하오7시에 나가면 되는 셈이다.
이곳 매스컴들이 「혁명적」이라고 부른 이 안이 만들어지게 된 동기는 그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점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우선 손꼽힐 것은 갈수록 악화되는 러쉬아워 때의 교통지옥이다. 출퇴근시간이 아침저녁 각각 거의 네 시간으로 길어짐에 따라 출퇴근시의 교통차량이나 교통인의 일시적 폭주에서 오는 지옥상은 꽤 완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 사무의 능률면에서도 상당한 효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침결의 「기가 막히게 단잠」·우울증 등은 결근의 흔한 원인의 하나로 처리되고 있다. 출퇴근시간의 「자유화」는 이런데서 비롯하는 결근 케이스를 줄임으로써 전체의 결근율을 25%나 줄이게 될 것으로 본다는 계산까지도 나와있다.
그 밖의 여러 면에서의 사회적 효과 나아가서는 시민들의 정신위생상에서의 효과측정에서도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새 제도에의 이행기간에 있을 약간의 혼란이 있다한대도 그것은 단순한 조절로써 극복될 수 있는 단기적 현상일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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