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세계 350개 호텔서 외교관 도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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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영국의 정보수집기관인 국가통신본부(GCHQ)가 3년 이상 전 세계 최소 350개 고급 호텔에서 각국 외교 사절을 도청해 왔다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17일(현지시간)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문건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열 컨시어지(Royal Concierge)’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외교관들이 출장 때 어느 호텔에 머물지를 미리 알아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호텔들이 각국 정부기관에 보내는 예약확인 e메일을 체크해 출장 내용을 파악한다. 컨시어지는 호텔에서 안내 등의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을 뜻한다.

 GCHQ는 확보한 정보를 이용, 외교관들이 호텔에 도착하기 전 객실의 전화·팩스·인터넷 등에 도청 장비를 설치한다. 호텔 바에서 이들이 대화를 나눌 때는 요원이 근처에서 엿들을 수도 있다. 폭로 문건에는 작전 대상 호텔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진 않았으나, 스위스 취리히와 싱가포르 일부 호텔의 약어가 언급돼 있었다. GCHQ·MI5(국내정보국)·MI6(해외정보국) 등 영국 3대 정보기관 수장들은 7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 작전의 목적은 단지 알카에다 등 테러 집단을 추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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