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가 열어준 두 상위|공전국회…여야대화 터준 외무·국방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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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의 두 차례에 걸친 소집요구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 불응으로 공전하던 국회는 외무위(13일) 국방위(17·18일) 등 안보관계 상임위원회개최로 국회기능을 일부나마 정상화시켰다.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야당이 국회를 정치「쇼」의 무대로 삼을 것이 뻔한데 무엇 때문에 국회에 나가겠느냐던 종래의 태도를 바꾸어 공화당이「케이스·바이·케이스」로 상위소집에 응하기로 한데는 「닉슨」미 대통령의 중공방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의 안보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줄 북경회담이 끝났는데 안보관계 상임위 소집마저 무작정 외면할 수만은 없어 공화당은 지난 7일 원내 총무단 및 상임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초당적인 안보문제만을 논의한다면 외무·국방위소집에는 응할 수도 있다고 당론을 정했었다.
그러나 야당에서 국가보위법 등 국내문제를 들고나올 것에 대비해서『일체의 상위활동에도 불참한다』고 연막을 쳐놓고 여야총무회담을 통해 외무위소집에 응했고 다시 국방위소집에도 합의를 해주었던 것. 이 같은 공화당의 자세전환은 79회 국회가 공화당의 불참으로 완전공전한데다 80회 국회마저 명분 없이 외면만 할 수도 없다는 정치적 고려에 바탕을 둔 것이기도 하지만 『야당이 무서워서 국회에도 못나가고 하릴없이 놀고만 있어야 하느냐』는 일부 당 소속의원들의 압력도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
일부공화당 의원들은 그동안 원내총무단과 상임위원장 연석회의나 당 간부들에 대해 국회출석주장을 꾸준히 펴왔다는 것이다.
신민당의 현 지도층으로서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회공전은「마이너스」요인. 공화당의 속셈이야 어쨌건 일부나마 국회기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했던 일이라고 계산했던 것 같다.
17, 18일 양일간 열린 국방위 소집은 안보문제를 다룬 외무위의 성과가 좋았다는 여론을 업고 공화당 총무단이 정부측과 합의, 이루어졌다. 장영순 공화당 부총무는 지난15일 반도호텔에서 유재흥 국방장관·민기식 국방위원장 등과 만나 개회 「가」에 합의했고 다시 한건수 부총무를 만나 얘기를 끝낸 뒤 『현오봉 김재광 양당 총무가 합의해서 국방위를 열기로 했다』고 위장발표.
국방위에서의 질의의 초점은▲한반도 정세변화에 따른 국방대책▲군원 삭감에 따른 군 장비현대화추진방안▲미군철수가능성▲주월 군 철수와 군기 문란 사건 등으로 국방문제가 전반적으로 추궁됐다.
18일의 비공개회의에서는 군원 문제와 주월 군 철수문제 등이 비교적 소상히 증언되었다는데 이철승 의원(신민)같은 이는 『이런 비상시국 아래서는 국방위가 24시간 열려있어야 한다』고 강조.
국방위에 앞서 지난13일 김용식 외무장관을 출석시켜 열린 외무위는 오랜만에 열린 탓인지 15명의 소속위원 중 여야 각 한 사람만 빠지고 13명이 출석하고 참석자 전원이 모두 질의를 펴는 진지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질문의 초점은▲미·중공 회담에서 한국문제가 어느 정도까지 논의됐는가▲토의내용이 앞으로 어떻게 한반도에 투영될 것인가에 모아졌다.
의원들의 질문이 진지했던데 비하면 김 외무의 답변은 비공개회의에서조차 알맹이가 없는 무성의한 것이었다고 외무위원들은 불평.
회의가 열리자 김 외무는 『공개로 하면 신문에 보도된 정도밖에 보고할 것이 없다』고 엄살(?)을 부려 비공개회의를 별도로 마련했지만 『별것이 없더라』는 뒷 얘기. 다만 비 공개회의에서 김 외무는 지금까지 중공과 북괴가 한결같이 주장해 온 주한미군철수문제에 대한 중공 측의 진의를 대충 설명했는데 그 내용은「닉슨」미 대통령의 특사로 내한했던「마셜·그린」미 국무성 극동담당차관보가 한국정부에 설명했던 것.
회의가 끝난 후 외무위원들은 『중공이 한반도의 현상동결을 원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신민당은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원외의 압력을 의식한 듯 두 차례나 임시국회를 소집했지만 공화당은 철저히 이를 외면하고 있다. 공화당은「케이스·바이·케이스」로 상위를 열 수도 있다고 말하고있으나 오는 20일부터 소속의원들을「새마을운동 지원 및 점검 차 각지방에 내려보내기로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오는 4월6일까지가 회기인 제80회 임시국회는 공전이 불가피 하다.
그러나 정부·여당 측에서도 추경예산안과 재정차관동의안, 단기금융업법, 군사관계법안 등 긴급히 처리해야 할 안건들이 밀려있는 만큼 계속 국회를 외면할 수도 없는 입장.
그래서 공화당은 신민당 전당대회가 끝난 후인 6월쯤 단기간이나마 여야 공동으로 임시국회를 소집할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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