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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기의 反 금병매]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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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장대호는 무엇보다 금련의 발을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워 금련의 상체가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도록 하였다. 금련의 두 발이 치마 밑에서 살짝 드러났다. 금련은 전족화는 벗었지만 전족천은 그대로 발에 감겨 있었다.

금련도 다른 여인들처럼 올이 굵은 하얀 무명천을 전족천으로 사용하였다. 어릴 적 전족이 완성되기 전에는 푸른 무명천을 발에 감았다. 청색 염료가 발이 헐어 문드러지는 것을 예방하고 치료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들 하였다.

전족이 완성되고 나서도 여전히 전족천을 붕대처럼 감고 있어야 했는데, 그것은 전족천을 풀어버리면 발에 힘을 줄 수가 없어 걷기조차 어렵기 때문이었다. 발 전체를 촘촘히 일곱 겹이나 다섯 겹으로 감게 되는 전족천은 그 길이만 해도 열 자 가까이 되었다.

전족천을 풀었다가 다시 감는 일이 보통 수고가 아니므로 평민 여자들은 보름에 한 번 정도 발을 씻었다. 하녀를 부릴 수 있는 부유한 집안의 여자들은 대개 이틀에 한 번 발을 씻을 수 있었다. 평소에는 발냄새를 가리기 위해 전족천에 향수를 뿌리기도 했지만, 발을 씻기 위해 전족천을 풀게 되면 그 발 고린내는 지독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내가 네 발을 씻어주고 싶구나. "

장대호는 그렇게 말해 놓고 자기도 놀랐다. 금련도 흠칫 하는 표정이었다.

"어르신께서 비천한 계집종의 발을 씻어주신다니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발 고린내 때문에 그러신다면 제가 발을 씻고 오겠습니다. "

"아니다, 아니야. 너의 맨발을 보고 싶어 그런다. 제발 부탁이니 네 발을 내가 씻도록 해주려무나. "

장대호가 방문을 열고 나가더니 손수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가지고 왔다. 그리고 발을 씻을 때 물에 타 넣는 명반(明礬) 상자도 들고 왔다. 금련은 황공하여 어쩔 줄을 모르면서도 주인 어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장대호는 금련을 낮은 의자에 앉히고 전족천에 감겨 있는 금련의 발을 대야 물 속에 담갔다. 일단 물에 촉촉히 젖어들어야 전족천 풀기가 쉬운 법이었다.

겹겹으로 감긴 전족천에 물이 충분히 스며들었을 무렵, 장대호가 금련의 두 발을 대야에서 꺼내어 실로 꿰매놓은 부분을 살짝살짝 뜯어가며 전족천을 정성스레 벗겨나갔다. 금련은 전족천이 한 겹씩 벗겨질 적마다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확확 달아올랐다.

그 당시 풍습으로는 여자가 남자에게 자신의 배꼽 아래 그 부분을 보였으면 보였지, 맨발은 좀체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여자가 남편과 잠자리를 할 때조차도 전족천은 벗지 않았다.

전족천을 다 벗기자 금련의 하얀 세 치 발이 드러났다. 금련은 일반 여자들보다는 자주 발을 씻은 편인데도 발 고린내가 방안에 진동하였다. 금련은 장대호의 손에서 얼른 발을 빼서 대야의 물에 다시 담그려 하였다. 그러면 발 고린내를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장대호는 더욱 센 악력으로 금련의 발을 잡고 놓지 않았다.

"아이구머니나!"

금련은 그만 낮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장대호가 금련의 발을 끌어당겨 코를 발바닥에 대고 들이마시듯 냄새를 맡고 있었다.

"이 냄새, 아, 어떤 꽃의 향기보다도 더 좋아. 아, 이 냄새 맡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장대호는 연신 금련의 발냄새를 맡으며 감격스러워 하였다. 마치 아편 연기를 맡고 있는 사람과도 같았다.

"발을 씻어주신다고 했잖아요? 빨리 발이나 씻어주세요. "

금련은 애원하다시피 호소하였다.

"조금만 더 맡아보고. 아, 이 냄새보다 더 좋은 회춘 보약도 없을 것 같군. "

아닌게 아니라 어느새 장대호의 남성이 장대하게 일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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