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지원하던 LA '동지회관' … 기숙사로 리모델링 … 사라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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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 항일 독립운동의 중심지였던 LA 대한인동지회관.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LA중앙일보 백종춘 기자]

미국 한인사회의 대표적 독립운동 사적지인 대한인동지회관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LA에 위치한 이 회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리모델링 기공식을 계기로 남가주대(USC) 기숙사로 바뀌게 됐다.

 ◆동포들 소유권 3파전=1924년 지어진 이 건물은 대한인동지회(이하 동지회)가 1943년 구입해 회관으로 사용했다. 동지회는 당시 미국 시민권을 소유한 독립유공자 송철(86년 작고)씨 아내의 명의로 이 건물을 샀다. 80년대까지 독립운동기념관과 한인교회로 사용됐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송씨가 건물 명의를 아들 개리 송씨에게 넘긴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유권 다툼이 시작됐다. 송씨는 서류상 소유주가 자신이라고 주장했으나 한인교회를 운영해온 김영옥씨와 이모세 목사가 맞섰다. 또 동지회 후손들이 공동 명의를 요구하며 3파전이 벌어졌다.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2009년 4월 송씨는 건물을 담보로 25만 달러(약 2억6500만원)를 빌려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가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자 건물은 2010년 3월 경매목록에 올랐고, 결국 터치다운홀딩스란 부동산업체에 의해 남가주대(USC) 기숙사로 개발되게 됐다. 송씨는 그제서야 동지회의 공동소유를 인정했다.

 ◆돌파구는 없었나=동지회는 경매 위기를 넘기기 위해 국가보훈처·LA총영사관 등 한국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서류상 건물 소유자가 개인인데다 분쟁단체에 지원은 불가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다. 일부 한인단체도 기금모금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동지회에 따르면 임대 계약 기간은 최장 80년이다. 개발업자는 빚 40만 달러(약 4억2500만원)를 부담하는 대신 기숙사 운영 이익금을 동지회와 나누는 조건을 걸었다. 건물 현관이나 내부에 ‘독립운동기관 대한인동지회의 소유’라는 것을 명시하기로 했다.

 동지회 측은 아직 방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기금을 마련해 빚을 갚는 방식이다. 이자를 포함해 채무액 40만 달러(약 4억2500만원)와 계약 파기 위약금을 걷어야 하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LA한인역사박물관의 민병용 관장은 “80년 후에 건물이 돌아온다 해도 대한인동지회는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애국지사들의 숨결이 깃든 이곳이 결국 비극을 맞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LA중앙일보 오세진 기자
사진=백종춘 기자

대한인동지회=이승만 전 대통령 등을 주축으로 1921년 7월 7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설립된 독립운동단체. 1929년 LA로 본부를 옮겨 국내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다. 한인 2세들의 교육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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