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출산 그림 대선 직전 전시 … 평화박물관, 억대 불법 기부금 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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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통령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아기를 출산하는 그림을 전시해 논란을 빚은 ‘평화박물관’이 최근 5년간 억대의 불법 기부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2일 평화박물관 전 사무처장 오모(40)씨와 사단법인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를 기소 의견(기부금품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 말 사이 해마다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원까지 모두 1억2000여만원을 회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로부터 모금한 혐의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상 1000만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하는 단체는 지방자치단체(평화박물관은 서울시)에 사전등록해야 한다. 평화박물관은 이를 어긴 혐의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박 대통령 비하 논란을 불러일으킨 화가 홍성담(58)씨의 ‘골든타임-닥터 최인혁, 갓 태어난 각하에게 거수경례하다’ 그림이 전시된 지난해는 연평균의 두 배인 4000여만원을 후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화박물관은 지난해 11월 ‘유신의 초상’ 전시회에서 화가 홍씨의 그림을 전시했다. 박 대통령이 수술대에 누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은 아기를 출산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여성을 비하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말 보수 시민단체 대표 정모(66)씨가 평화박물관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종로서는 지난 5월 서울 견지동 평화박물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회원명부와 회계장부를 압수했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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