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재무구조 모니터링 강화 … 동부·한진 집중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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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동부·한진그룹과 같은 재무구조개선약정 기업 관리를 강화한다. 기업의 적극적인 자구 노력을 유도해 부실 가능성을 미리 막자는 차원에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대기업의 주채권은행 여신담당 임원을 소집해 “기업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확실히 지키라”고 주문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들이 기업에 끌려 다닌 탓에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주채권은행이 책임지고 기업의 약정 이행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은 주채무계열(금융권 신용공여액 0.1% 이상 기업집단) 중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기업이 주채권은행과 맺는 경영정상화 계획서다. 핵심사업을 제외한 부실자산을 정리해 부채비율을 낮추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부실을 줄이지 못하더라도 별다른 조치 없이 약정을 연장해 주는 게 관례였다. 이 때문에 약정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지난 2일 끝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금융당국이 STX·동양그룹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이행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아 부실을 키운 것”이라는 추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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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지적을 감안해 금감원은 앞으로 약정 위반 시에는 주채권은행이 ▶신규 대출 중단 ▶경영진 교체 ▶대출금리 인상처럼 강력한 제재를 하도록 했다. 물론 당근책도 있다. 약정 이행에 협조적인 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자금시장의 위축 영향으로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는 기업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주채무계열 중에는 6개의 재무구조개선약정 기업이 있다. STX·동부·한진·금호는 산업은행, 대한전선은 하나은행, 성동조선은 수출입은행과 재무구조약정을 체결한 상태다.

 이 중 핵심은 동부와 한진이다. STX·대한전선·성동조선은 자율협약, 금호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통해 이미 공식적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서다. 금감원은 동부·한진 모두 당분간 은행 차입금을 상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닥칠 때를 대비해 현금 유동성을 더 쌓아놓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방침에 따라 두 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약정 이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은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동부그룹의 재무구조개선약정에 어떤 자구계획이 있느냐”는 김기식(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강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안이 담겨 있다”고 답했다. 동부그룹의 핵심계열사인 당진제철소 부두 지분 매각과 유상증자, 타 계열사 주식 매각을 통해 2015년까지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직접 나서 “동부제철의 차입구조는 정상적”이라며 위기설을 진화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동부건설은 지난달 서울 동자동 오피스빌딩을 팔아 3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올해 상반기 현재 동부그룹 11개 계열사의 차입금은 총 6조46억원으로 이 중 3조5637억원이 1년 내 만기가 돌아온다.

 한진그룹은 해운업 불황의 여파로 한진해운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진해운의 총 차입금은 3조7002억원으로, 계열사인 대한항공으로부터 1500억원을 지원받아 급한 불을 끈 데 이어 4000억원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불황기만 벗어나면 재무구조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채권단을 중심으로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영구채 발행이 늦어질 경우를 대비해 한진해운에 만기 6개월가량의 브리지론 형태로 2000억~30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재무개선약정 강화 조치는 시장의 불안 심리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태경·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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