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산」에 비친 동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따금 어른들이 깜짝 놀라게 되는 어린이들의 세계가 있다. 어른들의 사고방식이나 느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면도 어린이들은 갖고 있다.
보통 어른들은 자신의 사고방식에 맞춰 어린이를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주게 되는데 좀더 그들의 세계를 이해, 밝은 성격을 갖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들은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생각, 느낌을 곧잘 글에 나타내곤 한다.
지난 1년간 중앙일보 「중앙동산」에 실렸던 총 1백77편의 동시에는 그들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그대로의 세계가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들이 가장 많이 노래한 것은 자연과 계절, 주위환경, 그들이 항상 접하는 아비지·어머니·언니·동생·선생님 등이다.
어린이들은 성인들보다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며 그 변화를 아주 신기롭고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봄에는 아지랑이·새싹·냉이·진달래 등이, 여름에는 각종 과일·원두막과 비·「아이스·케이크」·햇볕, 그리고 매미·잠자리 등 곤충들이 많이 다루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또 가을에는 단풍잎·벼·벼 베기·귀뚜라미 등에 어린이들의 느낌이 집약되고, 겨울에는 눈·썰매·바람·고드름 등이 소재로 등장한다.
어린이들은 그들이 대하는 아버지·어머니·선생님에 대해서도 상당히 의미 깊게 다루고 있다.
아버지를 다루는 농촌어린이들은 주로 논이나 밭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노고에 대한 애틋함을 표현하고 있으며, 도시 농촌 어린이의 구별 없이 술 냄새 풍기는 아버지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에 비해 항상 자애롭게 표현되는 어머니지만 때로는 동생과의 싸움에 형만을 야단치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는 어린이도 있어 어머니들의 꾸중방법도 문제가 된다 하겠다.
선생님에 대해선 엄격한, 그리고 무서운 선생님으로도 나타나지만「우리 교실 조종사」라든가 「소나기 같은 우리 선생님」이라든가 비교적 재미있게 표현되기도 한다.
자주 노래하는 그들의 동생에 대해서는 「귀찮게 굴지만 그냥 귀엽다」는 어린이가 대부분이다.
삼촌이 타온 결혼「케이크」를 맛있게 먹으면서 「삼촌이 언제 장가갈까」를 생각하는 어린이, 할아버지제삿날 맛있는 많은 음식을 놓고 할아버지 생각에 먹지 못하고 울었다는 어린이 등 어른들이 따를 수 없는 순수함도 어린이들은 가지고 있다.
드문 소재를 재미있게, 또 어른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다룬 작품들도 있다. 육성회비 때문에 울고 간 학교에서는 교문도 무뚝뚝하게 보였고, 돈 벌러간 아빠를 가슴아프게 기다리는 어린이, 학교에서 가끔 나누어준다는 빵을 부럽게 생각하며 산이나 들, 거리의 모든 돌이 빵이었으면 좋겠다는 어린이, 선거 술을 잡숫고 오신 아버지를 보면서 술 먹이고 돈 뿌리는 선거를 옳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는 어린이 등 어른들의 생활태도나 사회의 분위기가 어린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권처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