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운영의 민주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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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일 대법원회의실에서 71년도 전국각급법원장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세칭 사법파동 후 처음으로 열린 사법부의 고위행정회의라는 점에서 국민의 유별난 관심을 끌었다.
민 대법원장은 훈시를 통해 『사법사상 일찌기 없었던 사법파동을 계기로 사법부를 외부의 침해로부터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법관의 권위와 재판의 위신을 더욱 높여 줄 것』을 당부하여 국민의 희원에 호응하고있다.
또 이 회의에서는 전국법원자체감사결과를 분석, ①법관들이 모든 소송당사자들에게 경어를 쓰도록 할 것과 ②판결문을 되도록 우리말로 쓰도록 할 것 ③과실치상 및 폭력사건의 경우 양형에 균형을 이루도록 할 것 등을 지시했다고 한다. 대법원의 이러한 지시를 기다릴 것도 없이 우리 나라에서 법관들이 소송관계인들에게 아직도 반말을 하거나 불쾌한 말씨를 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이는 인권옹호기관인 법관의 태도로서는 수긍될 수 없는 일이다.
형사피고인들은 그렇잖아도 수사기관에서 자칫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여 말썽이 되고있는데, 법관조차 이들을 법원에서까지 함부로 다룬다면 그들은 사법정의를 신뢰하지 않고 원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법관은 형사피고인이나 민사 원·피고 할 것 없이 그들에게 정중하고 친절한 말씨를 쓰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또 각급 법원에서는 사건의 폭주와 법관부족으로 인해 속칭 「5초재판」이라고 불리는 즉결재판에 의한 인권침해사례를 막기 위하여 간이법원의 설치를 검토하였다고 하는바 이도 이미 본난이 지적한바와 같이 타당한 방안이라고 하겠다. 군단위로 간이법원을 두어 약식재판·즉결심판 등 경미한 형사사건을 다루고 민사사건도 독촉·어음 등 간이절차를 관할하게 하는 것이 인권보호상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서울고법은 민사소송에도 국선변호인제도를 도입, 그 임무를 사법연수원생들에게 윤번제로 맡겨 영세민과 변론무능력자의 권리구제를 도모해 줄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이러한 건의는 이미 사법대학원설치 당시 때부터 행해져 내려온 것인데 대법원이 이 건의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썩 분명치 않다. 사법연수원생의 변호사실무수습을 위해서도 이 제도는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영세민과 변론무능력자의 권리옹호, 사법의 공정과 신속화를 위하여서도 민사에 있어서의 국선변호제도의 도입은 시급한 요청이라고 하겠다.
정부는 지난번 선거 때 법률구조협회를 만들어 민사에도 국선변호사를 대어주거나 소송비용을 대납해 주겠다고 공약한바 있으나 아직도 법률구조협회는 자금난으로 발족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난은 법무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법률구조제도도 좋은 착상이라고 하여 그 조속한 실시를 요망한바 있었으나 이것이 조속히 실현되기 어려운 현실에서, 사법연수원생들을 훈련하고 영세민의 법률구조의 실효도 거둘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이 제도를 하루속히 실시하기 바란다.
또 서울고법은 형사변호에 있어서도 국선변호인제도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윤번제근무를 건의했다고 하는 바 현재의 국선변호인 수당으로써는 변호사들이 성의껏 변론을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기에 대법원은 국선변호제도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주기 바란다.
71년도 전국 각급 법원장회의는 시민의 기본권 수호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고, 사법권의 독립수호를 다짐한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음을 치하하면서 여기서 논의된 사법운영의 민주화방향이 하루 속히 현실화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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