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인상』의 언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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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관계당국간의 의견차이와 추수기의 쌀 소동으로 난항을 거듭했던 올해 추곡 수매값은 결국 『25%인상』으로 매듭지어졌다.
당초에 농림부는 추곡 수매값 결정시기를 앞두고 매년 쌀값 소동이 되풀이 됐던 점을 고려하여 올해에는 이를 예방키 위해 수매값을 예년보다 훨씬 앞당겨 지난 10월 중순께에 결정, 발표키로 했었다.
그러나 정부의 관계당국간은 물론 정부·여당간에도 견해차이가 좁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10월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추수기의 쌀 소동이 중순이후까지 계속 확대됨에 따라 수매값 결정시기를 일단 하순으로 늦추었으나 이때는 쌀 소동으로 산지쌀값이 크게 올라 다시 예년처럼 11월초로 미루었던 것이다.
이러한 수매값 결정지연에 따라 관계당국간 내지 정부·여당간의 수매값에 대한 이견도 상당히 좁혀져 지난 3일의 단일안은 비교적 쉽게 채택되어 박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구할 수 있게됐다. 관계당국간 내지 정부·여당간의 수매값에 대한 이견은 스스로의 입장 때문에 처음에는 최고 40%인상안에서 최하 17%인상안까지 그 「갭」이 상당히 컸었다.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가능한 한 이를 높게 결정할 것을 주장, 대체로 30%이상을 내세우는 한편 곡가정책의 정착화를 위해서는 지난 수년간 되풀이해온 계단식인상 보다는 단 한번이라도 획기적인 고미가 조치를 단행, 다음해부터는 물가상승율만큼만 인상하자는 40%인상안을 내놓기까지 했다.
이에 반해 경제기획원은 69년에 고미가 정책을 처음 시작할 때의 인상률이 17%였음을 지적, 물가정세와 재정사정을 고려하여 20%이상의 인상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주장, 17%내지 20%를 인상하자는 의견을 내세웠다.
한편 여당인 공화당은 작년에 고미가 정책에 따라 35.9%까지 인상했으므로 올해에도 적어도 30∼35%는 인상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같은 각기의 주장은 그후에 상당히 조정, 접근되어 농림부는 25%∼30%, 경제기획원은 20%∼22.7%, 그리고 공화당의 30%로 좁혀짐으로써 25%인상안이 가장 유력시됐던 것이다.
25%가 인상된 올해 추곡 수매값은 생산비가 반영됐다는 점에서 고미가 정책의 계속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25%정도로 낙착된 배경에는 대체로 세 가지 중요한 정책적 고려가 있었다는 얘기다.
첫째 재정사정에 어려움이 있다라도 66년 이후 계속된 고미가 정책만은 가능한 한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연도별 인상률이 17%를 인상한 69년을 필두로 70년 22.6%, 71년에는 35.9%까지 인상됐다가 이번에는 25%선으로 떨어졌으나 71년도 인상률은 선거가 고려됐던 점, 그리고 25%면 70년 수준 보다 약간 높은 수준인 것이다.
둘째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다. 환율인상 등에 자극 받아 지난 9월말 현재 도매물가는 작년 말에 비해 8.8%의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이러한 추세로 가면 연말까지는 적어도 15%∼17%까지 오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세 째는 내년도 곡가정책을 고려하여 25%인상이 적정선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는 얘기다.
내년도 곡가정책의 기본지침은 소비자에 대한 쌀값을 대폭 현실화, 쌀의 소비절약을 가격정책면에서 유도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쌀값상승도 견제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수매값을 8천원 대에서 결정함으로써 시중 쌀값은 가마당(80㎏) 1만원 대에서 유지해보려는 포석이라는 풀이다.
한편 올해 추곡수매에서는 통화증발 대책으로서 작년과 같은 비료 강매를 지양, 양곡채권을 발행하는 점이 특징이다.
2백60만 섬의 추곡수매를 위해 3개월 동안 농촌에 뿌려질 돈은 자그마치 연내에 4백9억원.
이렇듯 막대한 자금이 한꺼번에 나가면 그러잖아도 「타이트」한 연말 재정안정계획에 결정적 타격을 줄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양곡채권을 발행함으로써 ①농민에게 기대수익을 보장해주고 ②추곡수매를 추진할 수 있으며 ③저축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등의 이점이 농림부에 의해 지적되고 있다. 즉 예금금리 보다 다소 높은 월2%의 이윤율을 보장함으로써 일반미 값이 한 달에 2%씩 오르지 않을 경우에는 양곡채권을 보유하는 편이 농민에게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양곡채권발행 근거법규로서는 양곡증권법이 있지만 지난 50년에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실행되지 못한 채 사실상 사문화 돼 왔고 지금의 실정과는 맞지 않는 등의 문젯점이 있어서 이 법을 적용치는 않고 다른 방법에 의해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농이하의 농민에게는 현금수요가 크기 때문에 양곡채권의 광범위한 소화는 극히 의문시되고 있으며 따라서 예정한바 통화증발억제효과가 제대로 거두어질 것인지가 우려된다.
또한 25%인상에 머무른 올해 추곡 수매값은 증산유인 방책으로서는 미흡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생산비는 보장이 된다고 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이윤 확대의 측면에서는 인상율이 미흡했다는 의견들이다.
아뭏든 이렇게 추곡수매 값이 결정됨으로써 산지 쌀값은 적어도 연말까지는 추곡 수매값 이하선에 머무르고 따라서 수매도 비교적 순조로우리라는 관측이다.
예년의 추세로 보아 최성출회기에는 햅쌀의 공급량이 수요량을 훨씬 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1월 하순부터는 가마당(80㎏) 1만원 선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특히 새로운 곡가정책이 쌀 소비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 쌀값도 현실화키로 방침을 세움으로써 내년 단경기의 쌀값은 가마당 1만원을 훨씬 넘어설지도 모른다.<김두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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