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력 없는 독서운동|17회 독서주간 맞아 되새겨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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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17회 「독서주간」이 오는24일부터 30일까지 1주일간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이기간에는 도서 전시회·잡지전시회·기념강연회·전국도서관무료개방·표어제정·다독자 표창·모범장서가표창 등 독서의욕을 북돋우는 여러 가지 행사들이 잇달아 열린다.
그러나 『독서를 생활화하게 하고 새로운 독서 층을 개발,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장과 민족문화발전에 기여할』을 목적으로 하는 「독서주간」에 올해도 구호와 행사에만 그친 독서운동이 되어야 할 것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독서주간」은 올해로써 17회 째를 맞이하지만 그동안의 독서주간은 『책은 좋은 것이니까 그저 읽어라』는 식의 구호 적인 운동이었고 여러 단체들이 산발적으로 벌인 구심력 없는 비조직적 운동이었다.
우리 나라에서의 독서운동은 처음 「독서주간」어 제정될 때부터 뚜렷한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장과 민족문화발전에 기여한다는 막연한 목적 뿐인 것이다.
어떻게 독서를 생활화하게 하고 미 독서 층을 개발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며 또 이러한 독서운동의 기본자료로서 필수적인 「국민독서조사」는 해방이후 아직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독서습관과 능력은 단시일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또 어려서 길러지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도 책을 읽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생각할 때 독서운동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은 초등교육과정의 어린이부터 독서를 습관화하는데 역점이 두어져야할 것이다.
또 독서운동의 효과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계몽적인 독서운동으로 국민들이 책을 가까이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면 아제는 제2단계의 독서운동으로서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하는가를 제시할 때인 것이다.
「독서주간」은 1919년 미 「보이·스카우트」도서관장 「프랭클린·매쉬」씨가 「보이·스카우트」어린이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한 운동으로 처음 제정했던 것이 유래가 되어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실시되고있다.
「어린이 독서주간」과 성인들의 「독서주간」이 따로 있고 이제 독서운동을 시작한지 22년이 되는 일본의 경우, 도서. 잡지를 읽는 독서인구는 전체인구의 75%에 이르고 있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독서운동이 오늘날과 같은 경제성장의 정신적 밑바탕이 된 것이라고 자부하고있다.
여기에 비해 한국의 독서인구는 비록 근거가 뚜렷하지 못한 숫자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8∼9%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또 국민1인당 연간 도서 구입비는 한국인이 1백원인데 비해 미국인은 4천3백20원, 영국인은 2천원, 일본인은 1천7백30원(70년 12월 『출판백서』)으로 돼있다. 즉 미국은 한국의 43배이며 영국은 20배, 일본은 17배인 것이다.
이러한 숫자가 정확한 통계조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국인이 책을 사지 않고 읽지 않는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국립중앙도서관 독서상담실장인 김경일씨는 제2단계의 독서운동으로서 우선 책과 국민을 접근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민 10분 독서운동」 등과 같은 대중에 영합할 수 있는 독서운동을 벌이고 권위 있는 단체에서 실제로 구체적인 책을 대상별로 선경해서 권장하고 또 양서를 갖춘 이동도서관·문고 등을 주택가에까지 침투시켜 국민이 독서할 수 있는 환경과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장 구본석씨는 『교육의 목적이 개인의 잠재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라면 국민학교 어린이부터 독서가생활의 일부가 되도록』지도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서운동은 어린이부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 여름방학동안 두 차례의 어린이 독서 지도회를 열고 그 결과를 분석한 다음 이러한 어린이독서회를 전국적으로 확대시켜 줄 것을 당국에 강력히 건의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여름방학 동안 어린이들에게 독서의욕을 가지게 하고 바른 독서를 습관화 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 위해 서울시내 국민학교어린이1백5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이번 어린이 독서회의성과로서 ①불량만화에 빠져있는 어린이들에게 양서에 대한 인식과 좋은 독서태도를 가지게했고 정신적인 성장에 도움을 줬다는 점 ②독서회의 참가를 계기로 어린이들의 가정에까지 독서분위기를 일게 했다는 점 ③참가 어린이들의 학교로 하여금 학교 내에서의 독서지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시켰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도서관은 이 독서회를 전국 시도공공도서관과 또 각 국민학교에서 연2회의 방학 기간동안학급문고·학교도서실의 장서를 활용해서 실시하도록 문교당국의 강력한행정적 조치를 촉구했다.
최근 정부가 역점을 두고있는 문화진흥과 정신자원개발은 바로 이러한 국민의 독서 개발에 촛점을 두어야함은 물론이다. 지금까지 「포스터」만 붙이고 구호를 의치는 산발적인 독서운동으로는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는 것이며 국가가 확고한 시책과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고 계속 이어나갈 때 한국인은 독서하는 국민이 되고 또 국가발전에 기여하게되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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