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수준 고착에 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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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안보」를 탁자 위에 올렸던 한미안보회담은 끝났다. 공동성명서가 회담의 결실이라면 작년 「하와이」회담보다 진전도 후퇴도 없었다고 보겠다.
「닉슨·독트린」의 파고가 작년보다 거세가고 있다는 국제환경으로 볼 때는 미국의 대한공약을 현 수준으로 붙들어맸다는 점에서(①현대화계획 이행의 재확인 ②적절하고 실질적인 군원 계속 ③만약의 사태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원조)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현대화계획을 1∼2년 앞당기려던 한국측의 요구가 제자리걸음에 머문감이 있어 약간의 실망을 안겨다줬다.
당초 한국은 공군에 있어 F-5E와 「팬텀」F-4D의 도입, 해군에 있어 쾌속정 등 해안함정세력증강 등을 골자로 현대화계획을 앞당기기를 열망했으나 이 같은 장비가 한국엔 신형무기도입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미행정부의 대의회 관계를 자극할 염려가 있다하여 한국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F-5A의 추가도입으로 낙착됐고 함정세력은 「강화검토」라는 선으로 유보시켰다.
또한 북괴의 전력평가에서도 한국측은 김일성체제의 「언프리딕터블」(예측불허)한 위험성을 갖가지 방법으로 설명했으나 미측은 현재로선 전면전의 위험은 없다고 이견을 제시했다. 이 같은 첫날의 적정평가에 바탕을 두고 「레어드」장관은 사사건건 「닉슨·독트린」으로 제동을 걸면서 「파트너쉽」(상호협조)으로 「힘」을 유지하자고 말했다.
현대화계획에서 「원」의 부담을 강력히 종용했던 것으로 미루어 미국의 「파트너쉽」은 「상호부담」으로 해석해야할 새로운 벽이 등장, 자주국방의 불가피성을 실감케 했다.
그러나 어느 때와 달리 「레어드」장관이 직접 참여했던 이번 회담에서 ①「레어드」가 최전방 및 우리공군기지를 몸소 돌아봐 의회통인 「레어드」가 한국안보에 대한 현지감각을 체득했다는 점 ②국군병력감축과 주한미군 추가철군을 당분간이나마 저지했다는 점 ③어떠한 군사결정이나 사태에 공동협의로 대처함을 확인한 점 ④정-「레어드」 단독회담에서 신장비 등 당장 공개하기 힘든 모종 보장을 「수락」 또는 「신중검토」키로 확약 받았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결실을 거뒀다고 회담소식들은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날 밤 6시반부터 조선「호텔」에서 있었던 「파티」에 청와대 보고관계로 하오 7시30분쯤에 참석한 정래혁 국방의 두 손을 덥썩 잡으며 위무(?)했던 「레어드」장관이 14일 이른 아침 이한 성명에서 공동성명의 「현대화」표현에서 이행(implementation)한다는 것을 촉진(expedite)한다로 바꾼 것은 「레어드」장관의 여행 「보너스」라 할만했다. <최규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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