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돈씨 지도 서회서 합동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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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양에 있어서 예술에 대한 학습은 뛰어난 선인의 작품 즉 화보나 서결을 본보기로 삼아 모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규당 오상돈씨가 지도하는 서회의 합동전시회(20일∼24일 신문회관)는 그런 종래의 수련방법을 파기했다는 점에서 대담성을 보였다고 할까. 오씨는 이번 개인전에 곁들여 문하생전을 열었는데 사제간이 퍽 같은 분위기로 표현돼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서법에서 본다면 오씨는 전위 서예가에 속한다. 담묵의 행서라든가 수척한 고전 등 개성적인 필치이다. 물론 한글로 쓴 『민족증홍』같은 작품은 또 다른 것이지만, 새로운「현대의 서」를 개척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의 분위기다.
미국에서는 미술학도에게 곧장 추상화를 위한 학습부터 시작하는 예가 더러 있다고 한다.
규당의 문하생들이 내놓은 것에서도 곧바로 스승의 전위 서법을 이어받고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것은 동양화단 보다 더 보수적인 우리 나라 서예계에 중대한 과제를 제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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