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학 재단의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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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정부 예산과 민간 모금을 통해 확보키로 된 10억원을 기금으로 하여 우리나라 최대의 한국 장학 재단을 지난 15일에 발족시켰다고 한다.
대통령을 명예 총재로 추대하는 외에 문교부장관을 이사장으로 하고, 정부·교육계·재계 등 지도급 인사들을 이사진으로 하여 운영될 반관 반민의 이 장학 재단은 앞으로 5년간 정부 예산에서 매년1억원씩 갹출하는 5억원과 민간 모금을 통해 적립될 약5억원 등 총10억원의 기금을 가지고, 고교 이상 각급 학교 재학생 중 장학생을 선발, 이들에게 1인당 연10만원 이상씩의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며, 그 지급 대상 인원도 초년도인 올해부터(2학기=5백19명) 매년 늘려 감으로써 75년 이후에는 한해에 적어도 2천5백명이 그 혜택을 입게 되리라 한다.
문교부의 이와 같은 장학 재단 설립 계획은 이미 연초에 공표된 「71년도 중요 문교 시책」 책자 안에서도 그 윤곽이 밝혀졌던 것이나, 그 동안 추진돼 오던 민간측 독지 기부가 초년도 목표액에 도달함으로써 이날 정식으로 발족을 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이 재단의 발족과 더불어 지난 61년 이후 계속 사업으로 벌여 오던 대여 장학금 제도를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대신, 전국적으로 적어도 1개면 한 학생 정도의 준 국비 장학금 제도를 항구적으로 확립한 셈이 되었다.
자질이 뛰어나고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경제 사정 때문에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국민이 한사람이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오늘의 문명국가에서는 보편화한 하나의 통념이라고 함이 옳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박애적 동기나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윤리적 측면에서 만의 요구는 아닐 것이다.
한사람이라도 더 많은 국민에게 질적으로 세련된 교육과 훈련을 받게 하는 것이야말로 현대 국가가 그 존립을 유지하고 발전의 궤도를 달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강요받고 있는 일종의 당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추세로 돼 있는 9년제 의무 교육의 보편화 경향은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특히 영국이나 북구제국의 경우, 대학과 고등 기술 교육 기관의 재학생은 거의 전원이 국가·지방 자치 단체, 또는 민간 기금으로부터 여러 가지 「채늘」을 통한 1종 이상의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교육을 보는 눈에 있어서의 바로 이와 같은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에 문교부가 설립한 10억원 기금의 장학 재단은 우리의 고등학교 및 대학생 실태(약90만명)에 견주어 볼 때에는 아직도 극히 미미한 「엔티티」라는 평을 극할 수 없을 것이요, 정부 예산 규모 5천2백42억원, 문교 예산 규모 1천21억원 중 한해에 고작 1억원의 장학 기금 밖에는 지원치 못한다는 것 자체가 조족의 피라는 느낌을 금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정부 당국의 더한층의 성의를 촉구하면서, 정부가 이 장학 재단의 설립과 때를 같이하여 기존 민간 장학 제도의 육성 강화를 위해 제반 절차의 간소화와 법인세 면제 조치 등을 취하겠다고 언명한 것을 환영코자 한다.
문교부 집계에 의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이미 상당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기존 민간 장학 재단이 44개나 되며 이들이 지급하고 있는 각종 장학금만도 71년도 한해에 1억5천5백여만원(대상 인원=5천9백98명)에 달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각 대학과 사학 재단, 또는 중요 기업체 중에는 그밖에도 여러 형태의 장학 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줄 안다.
그러므로 이번에 설립된 반관 반민의 이 한국 장학 재단은 기존의 장학 단체들과 힘을 합하여 미구한 장래에 이 나라에서는 적어도 고등 교육기관 재학생은 거의 전원이 실질적인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건실한 발전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희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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