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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동양시멘트 '사기성 어음' 의혹 낱낱이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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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동양그룹 회사채·기업어음(CP)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투자 위험을 숨기거나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면서 집단 소송 사태로 번질 조짐이다. 여기에 지난 1일 동양시멘트마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이번엔 ‘사기성 어음’ 발행 의혹마저 일고 있다.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인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어음을 발행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고의적으로 손실을 떠넘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당 어음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다.

 동양은 지난 7월과 9월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1569억원어치를 발행하면서 비교적 재무구조가 양호한 동양시멘트 지분을 담보로 잡았다. ABSTB는 자산을 담보로 한 기업어음(ABCP)과 유사하다. 문제는 이 어음 대부분이 그룹 위기설이 파다하던 9월에 집중 발행됐고, 당시 동양증권 사장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은 없다”며 직원들에게 판매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관건은 고의성이 있었느냐 여부다.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기존관리인 유지제도에 따라 현 경영진의 경영권이 대개 유지된다. 동양 경영진이 이를 노리고 어음 발행→법정관리 수순을 택했다면 매우 비도덕적인 일인 만큼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금융계 일각에선 이를 LIG 건설 건에 빗대기도 한다. 부도 직전 상황인 것을 알면서도 LIG 건설은 기업어음 2151억원어치를 발행한 뒤 법정관리를 신청해 사실상 ‘먹튀’를 했다. 법원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구자원 LIG 회장을 지난달 법정 구속했다.

 늑장 대응한 감독 당국의 책임도 크다. 부실 기업이 망해갈 때는 살려고 갖은 애를 쓰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온갖 부정·비리가 나오기 십상이다. 그런 만큼 위기 조짐이 보일 때 당국의 신속한 예방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동양 그룹 사태는 진작 예견됐던 바다. 은행 차입이 막힌 동양그룹이 계열사인 동양증권 창구를 통해 회사채와 CP를 연 8%대 고금리에 판 지 수 년째다. 그런데도 금융 당국은 손 놓고 있다 뒤늦게 부실 계열사 투자 권유 금지 규정을 마련, 이달 24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사후약방문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