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인질 테러 … 다국적 군 진압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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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59명의 사망자를 낸 케냐 인질 테러극 현장인 나이로비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 22일 출동한 케냐 군인과 무장경찰들이 테러범들과 대치하고 있다. [나이로비=로이터 뉴스1]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21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조직이 인질 테러극을 벌여 최소 59명이 숨지고 175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에는 서양인이 다수 포함됐고 한국 여성 1명도 희생당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테러범들은 쇼핑몰 이용객들을 인질로 붙잡은 뒤 코란 구절을 암송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슬람 신도가 아닌 것으로 간주해 차례로 살해했다. 사건 발생 이틀째인 22일에도 테러범들이 인질 수십 명을 잡고 저항하자 이스라엘 특공대가 케냐군과 함께 진압작전에 가담하는 등 국제사회가 공동대응에 나섰다. 자국민 피해자를 낸 미국과 영국도 케냐 정부의 진압작전을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나이로비의 웨스트게이트몰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에서 한국인 여성이 총상과 수류탄 파편으로 인한 외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강문희(38)씨로 알려졌다. 케냐 주재 한국 대사관은 “강씨와 함께 쇼핑몰에 있었던 영국 국적의 남편으로부터 부인이 실종됐다는 연락이 와 시신보관소에 있던 동양인 여성의 시신이 강씨가 맞는지 신원 확인작업을 벌였다”며 “경찰청의 지문 확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강씨의 지인과 남편의 동료들은 총격을 당한 시신을 보고 강씨가 맞다고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외국계 컨설팅사에 근무하는 남편 닐 사비트와 함께 최근 나이로비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가 발생한 것은 21일 정오 무렵이었다. 5층 건물인 웨스트게이트몰에서 어린이날 기념 이벤트가 한창일 때 1층 야외 테라스 카페에서 총성이 울려퍼졌다. AK-47 소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수류탄을 던지며 뛰어들어와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테러범들은 인질들을 구석에 몰아놓고 무슬림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목격자들은 “테러범들이 ‘무슬림들은 일어나라’고 한 뒤 코란의 기도문을 암송하라고 시켰다”며 “암송하지 못한 이들은 바로 살해했다”고 말했다. 테러범들은 선지자 모하메트의 어머니 이름이 무엇인지 묻기도 했다.

 케냐 내무부는 사망자 59명에는 케냐 대통령의 조카도 포함됐고 49명이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1998년 알카에다가 케냐 주재 미국 대사관을 폭탄으로 공격해 200명이 사망한 이후 테러로 인한 최악의 인명피해다. AFP통신은 “이스라엘군이 케냐군과 합동으로 쇼핑몰에서 인질 구출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웨스트게이트몰은 이스라엘인 소유다.

 사건 발생 직후 소말리아의 알카에다 연계세력인 ‘알샤바브’는 트위터를 통해 “케냐의 소말리아 파병에 대한 보복으로 이번 공격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웨스트게이트몰을 노린 것은 국제사회를 겨냥한 경고성 도발행위로 해석된다. 이곳은 외국인과 부유한 지역민이 주로 찾는 호화 쇼핑몰이다. 사망자 가운데엔 프랑스인 2명, 외교관을 포함한 캐나다인 2명, 영국인 3명, 인도인 2명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인 4명도 다쳤다. 근처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대사관과 유엔 사무소, 아프리카연합 본부 등이 자리잡고 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모든 형태의 대테러 노력을 케냐 정부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도움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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