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3억대 딱지어음 … 60대 부부 사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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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900억원대 딱지어음을 발행해 시장에 유통시킨 60대 부부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1부(부장 안영규)는 유령회사를 만든 뒤 영세업자들을 상대로 900억원대 딱지어음을 유통시킨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홍모(67)씨를 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홍씨의 부인 박모(63)씨를 지명수배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홍씨 등은 2008~2009년 유령업체 3개를 만들어 은행에서 발행되는 어음용지를 구한 뒤 지난해 딱지어음(지급기일에 결제할 의사 없이 발행한 어음) 348장을 시장에 유통시킨 혐의다.

 이들이 유통시킨 어음은 수천만원에서 최고 액면가가 231억여원짜리도 있었으며 총 어음액수는 903억여원에 이른다. 주로 빚을 갚을 수 없거나 지급 기한을 연장하고자 하는 영세 상인들이 장당 200만~300만원에 어음을 구입했다. 검찰은 홍씨 등이 7억~10억여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했다.

 홍씨 부부는 유령회사를 등록할 때 바지사장을 내세우거나 ‘농수산물 유통업체’로 등록했다. 부가세가 면제되는 농수산물 유통업의 경우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 국세청의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또 회사를 세운 뒤 바지사장을 직접 고용하고 2년 동안 소위 ‘평잔 작업’(은행 신용을 높이기 위해 입·출금을 반복하는 작업)을 통해 마치 실제 거래가 있는 것처럼 꾸몄다.

 검찰 관계자는 “홍씨 부부가 10년 이상 범행을 해 왔지만 워낙 수법이 치밀해 적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단계에선 남편 홍씨만 주범으로 구속되고 부인 박씨는 단순가담자로 분류돼 구속을 피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부인 박씨 역시 딱지어음 발행과 판매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뒤늦게 지명수배됐다.

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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