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전기|25년만에 처음 전력 남아도는데|단전 요인 낡은 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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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내의 전기는 5백만 시민이 쓰고 남을 만큼 충분한데도 배전 시설의 노후 때문에 매일 여러 지역에 단전이 실시되고 있는 실정.
현재 전국의 발전설비는 1백89만kw의 발전 능력을 갖고 8월말 현재 최고 1백65kw를 발전, 전국 최대사용량 1백40만kw보다 25kw가 남아돌고 있다. 서울시내의 사용량은 45만kw로 전국사용량의 32%.
서울시내의 전기가 남아돌기는 25년만에 처음이다. 38선이 막히고 48년 5월 북괴의 송전중단으로 전력사정이 제한, 64년 약 60만kw의 발전시설을 갖춤으로써 제한송전을 해제했다가 68년 심한 가뭄으로 다시 2차 제한송전을 실시, 지난해 7월에 겨우 해제됐던 것.
68년도 1백27만kw발전 시설용량을 가지고도 가뭄 때문에 전면제한 송전을 한 것은 발전시설 중 수력발전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68년도 발전시설 1백27만kw중에는 수력발전이 32만kw, 화력발전이 95만kw로 가뭄 때문에 수력발전이 중단 돼 전력사정이 악화됐었다.
이에 비해 올해 발전시설 1백89만kw 중에는 수력이 32만kw인데 비해 화력은 1백56만kw로 수력발전이 전면 중단된다 해도 전국 사용량 보다 16마kw나 남게 되어 앞으로는 가뭄으로 인한 제한 송전 등은 생기지 않는다는 한전 측의 이야기다.
한전은 이제 전력이 남아돌아 전력을 보다 많이 써 달라고 권유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전기 수용가는 65만6천8백호로 일부 무허가 판잣집 등을 제의한 시내 전 가구에 전기가 들어가 있다.
그러나 남는 전력에도 불구하고 매일 단전이 되고 있는 것은 시설의 노후 때문. 서울 시내에 가설된 1천3백88만3천5백m의 배전선과 8만3천6백56개의 전주는 약 30%가 갈아야 할 형편이다.
이 때문에 시내 약 3백회선의 배전선별 정전사고가 하루 평균 5건씩이나 발생하고 있다.
한전은 올해 7천만원을 들여 낡은 전주 1천개를 갈고 4만7천m의 저압선과 전주에 달린 불량 애자 2만5천개, 그리고 각 가정에 있는 1만3천4백 개의 완목을 새 것으로 바꿀 계획이다.
그러나 연간 송-배전선 설비에 1백69억원(70년도)을 투자하고 있는 한전이 이의 보수비를 7천만원 밖에 들이지 않는 것은 균형을 잃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적어도 배전선 보수비가 현재의 2배는 들어야 한다는 것.
올 들어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시내에서 69건(경찰 집계)이 발생했고 더욱 건물의 고층화로 건물사이에 낡은 전선이 엉켜 잇는 점에 비추어 보다 적극적인 보수 계획을 세우지 않는 한 사고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배전선의 지중화와 환상망(루프·시스팀) 구성은 한전의 당면 과제. 외국에서는 한 개의 배전선에 사고가나면 다른 배전선의 전기를 사고지역에 공급하는 루프·시스팀을 실시, 장시간 정전 소동이 없지만 서울은 배전선에 사고가 나면 그 일대 전부가 적어도 30분은 정전이 되고 만다.
일본 등에서는 도시형태의 급격한 변천과 배전선 노출로 인한 사고예방을 위해 지상배전선을 지하 케이블 시설로 대체하고 있다.
한전은 배전선 지중화 계획을 위해 4명의 기술진을 일본에 파견, 현재 기술을 연구중이지만 누전에 의한 화재방지와 도시미관을 위한 건설의 지중화는 수도 서울에서 까마득한 이야기이다.
한전은 모델·케이스로 명동 혹은 태평로 등의 한 구역의 전선을 지중화 하는 계획을 장기계획으로 수립, 연구하여야 하지 않을까? <현봉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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