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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슈밀론」의 계절|살 때와 쓸 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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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한 여름 동안 덮었던 누비이불이나 베이불을 거두고, 점차 포근한 솜이불을 찾게 된다. 금년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두껍고 손질이 까다로운 목화솜 이불보다는 가볍고 질기며 손질이 간편한 장점을 가진 캐슈밀론 솜이불이 좀더 편리 보급되어 가고 있다.
캐슈밀론은 석유화학에서 아크릴로·니트릴로부터 만들어진 화학섬유로, 캐슈밀론 솜은 주로 이불솜으로, 캐슈밀론 실은 스웨터·양장지·양복지·내복제조에 쓰이고 있다.
3대 합성섬유인 나일론, 폴리에스터, 아크릴릭 섬유 가운데 아크릴리 섬유의 대표 격인 캐슈밀론은 천연양모와 비슷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60년대 초기 미국-일본 등지에서 개발, 67년 국내 최초의 공장이 선이래 널리 보급되어 왔다.
천연양모를 모방한 만큼 캐슈밀론의 보온성은 면의 6∼7배이고 다른 합성섬유와는 달리 흡습성을 갖고 있다. 또 나일론만큼 질기며, 무게에 비해 부피가 커서 가볍고 푹신하다.
그밖에도 모든 합성섬유와 같이 좀이 쓸지 않고 세탁이 간편하며 불에 닿아도 그자리만 녹아 뭉치기 때문에 화재가 번지지 않으며 천연섬유 보다 훨씬 대여생산이 가능하므로 가격이 싸 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캐슈밀론 자체는 보풀이 잘 일어나고 먼지가 많이 들어 붙는 단점을 갖고 있으나 캐슈밀론 이불은 거죽에 나일론, 테토론 등천을 씌우기 때문에 이런 단점을 막을 수 있는 반면 캐슈밀론 솜의 흡수성 등 장점을 다 살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캐슈밀론 솜은 좋은 보온성과 흡습성을 갖고 있으나 이불의 겉 헝겊으로 많이 쓰이는 나일론, 테토론 등은 감촉이 차고 미끄러우며 흡습성이 적고 먼지를 끌어 때가 잘 타며 피부에 직접 닿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캐슈밀론 이불에는 무명 잇을 더 씌워 사용해야 건강에도 좋고 이불도 자주 세탁할 필요가 없어 오래도록 쓸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시판되는 캐슈밀론 이불은 이불 커버의 단점 뿐 아니라 캐슈밀론 솜의 품질이 점점 나빠져 간다는 불평을 받고 있다. 이것은 1백% 캐슈밀론 솜을 쓰지 않고 다른 합성섬유나 천연 솜까지도 섞여있기 때문이다.
캐슈밀론 이불 업자들은 1백% 캐슈밀론 이불과 캐슈밀론에 무명 솜이 섞인 솜, 그리고 소위 나일론, 놈벨이라 불리는 네 가지 종류의 캐슈밀론 솜이불이 시중에 섞여 나와 있다. 이 가운데는 캐슈밀론에 다른 섬유를 섞은 것도 있고, 심지어 캐슈밀론과는 원료부터 전혀 다른 화학섬유가 들어 있는 것도 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가려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섬유를 검사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불에 태워보는 것인데 이불을 뜯어보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따라서 좋은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우선 직매점이나 소비조합(서울시 내에만 30여 개소가 있음)등 불량품에 책임을 지는 상점을 찾도록 한다.
지퍼로 커버를 열 수 있는 이불은 솜을 좀 꺼내보아 발이 긁고 뻣뻣한 것이 섞여 있지 않나 살펴본다. 질이 좋은 솜은 색이 희고 고불고불 하며 감촉이 까실까실한 편이다. 가능하면 불에 태워 누렇게 덩어리가 되는가 보고, 물에 적셔도 부피에 변함이 없는가를 본다.
이불의 색깔은 빨강·하늘색이 잘 바래며, 특히 무늬가 날염인 것은 세탁 후 볕에 널지 않아야 한다.
수 무늬가 놓인 것은 견고한 겹수로 고르며 나일론 실로 누빈 것은 풀리기 쉬우므로 피한다.
화학솜이기는 하지만 세탁할 때 심히 비벼 빨면 뭉치므로 문지르지 말고, 일단 물을 뺀 뒤 가벼워지면 그늘에 널어 말려야 솜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고, 색도 바래지 않으며 수나 누빈 자리도 풀리지 않는다. <정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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