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이석기 내란음모' 신속·정확하게 진상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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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해 형법상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나섰다. 현역 의원이 체제 전복을 기도했다는 혐의가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수사는 무엇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혐의 확인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정원은 어제 검찰 지휘에 따라 이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3명을 체포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직후 경기동부연합 회의에 참석해 “결정적 시기가 되면 (북한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전국적 총파업과 동시에 무장봉기를 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련 녹취록에는 ‘유사시에 대비해 총기를 확보하라’는 내용도 있다고 한다.

 현역 국회의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에 내란음모 혐의까지 적용받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그간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인물인 이 의원을 놓고 ‘종북’ 논란이 계속돼왔다. 그러나 무장봉기와 방송시설 장악, 통신시설 무력화를 모의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더욱이 총기 확보까지 지시했다는 건 선뜻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내란죄는 국헌(國憲) 문란 등을 목적으로 폭동한 자(형법 제87조)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다. 내란음모 역시 징역 3년 이상에 처해지는 중대 범죄다. 이 의원과 통진당은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잘못이 없다면 당당하게 수사에 응하고, 자신의 입장을 국민 앞에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정희 대표 등이 "용공 조작”이라며 이 의원 집무실 앞에서 압수수색을 막은 것은 명백한 수사방해다. 국민이라면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야 한다. 영장 집행을 앞두고 이 의원 보좌진이 일부 문서를 파쇄했다는 의혹은 또 무엇인가.

 국정원과 검찰도 철저히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혐의가 크고 무거울수록 더 치밀하고 정확해야 한다. 내란음모 혐의가 생경하게 느껴지는 까닭도 과거 내란예비음모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선고된 이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로 뒤집힌 데 있다. 국정원과 검찰은 사안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일이 없도록 각별하게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 댓글 의혹 등과 관련지어 “공안 정국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사회적 분란을 키우거나 인권침해 시비를 빚지 않게끔 수사 대상 선별과 조사, 혐의 적용 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구체적인 수사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국정원·검찰과 이 의원·통진당 모두 있는 그대로 진상을 밝힌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는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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