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스포츠」통신- 「무라이」여사의 성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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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경=이양락특파원】한국배구계를 지켜보는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일본인「무라이·후미 꼬」(촌정사자·48)여사가 있다.
「무라이」 여사는 우리나라배구 선수들이 일본을 찾을 때마다 응원과 안내를 겸해 선수들 사이에 「배구아주머니」로 통하는 일본의 한국배구인이다.
우리나라 배구의 선구자 고박계조씨 부인인 여사는 한국선수들에 대한 뒷바라지로 못다핀 박계조씨의 배구를 승화시키기 위한 염원의 생애를 보내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 우리나라의 배구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에는 언제나 이겨도울고 져도 우는 여사를 찾을 수 있고, 이번 대표선수단의 전지훈련에도 항상 여사의 응원이 뒤따랐다.
고박계조씨는 현재의 경기교 출신으로 「네트·플레이」가 뛰어난 배구선수로 일본 「와세다」(조도전) 대학에 재학중에는 배구부주장을 지낸바 있는 우리나라 배구의 선구자.
「와세다」배구선수인 박계조씨의 화려한 「플레이」에 매혹되어 「무라이」여사가 갖은 방해를 무릅쓰고 결혼에 「골·인」했으나 6·25사변직후인 55년 박계조씨가 작고하자 여사에게는 불운이 닥쳐온것이다.
현재 「무라이」여사는 동경에서부터 50km나 떨어진 「카나가와」(신나천) 현의 조그마한 마을에서 외아들 병렬군(21), 장녀 초순(18), 차녀 차순(17) 양등 세 자녀와 함께 조용히 살고있으나 병렬군이 대학을 중퇴해야만했고, 우리나라 배구계에서도 1백만원의 생활금을 모금해주었을 정도로 생활은 빈곤한 편.
하지만 여사의 배구열과 깨끗한 기품은 가는곳마다 강렬하게 풍겨진다.
박계조씨를 추모하기위한 박계조배쟁탈전국배구대회가 창설되어 8년이 지나는동안 7번이나 우리나라를 방문한 여사이지만 자기자신의 문제보다 배구선수에 대한 걱정을 늘 앞세운다.
협회가 제공해주는 숙식비를 절약해가면서 선수들을 돌봐주는 여사의 애틋한 성품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
선수들에게 비록 자그마한 선물을 전달해주며 눈물겨운 성원을 보내고 있다.
한국배구의 성원으로 남편의 넋을 위로해주는 일본인 「무라이」여사의 희망은 오직 한국배구의 발전 뿐. 이같은 집념만으로 살아가는 「배구 아주머니」는 한국배구의 영원한 여신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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