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남성 콤플렉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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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호 18면

“제가 제일 싫어하는 계절이 여름입니다. 옷을 벗으면 정말 비참해지죠.” 30대 초반의 남성 Y씨는 특히 여름에 주눅이 든다.

 수영장이나 사우나가 그에겐 부담스러운 장소다. “샤워하는데 저보다 다들 큰 것 같고, 당당하게 목욕탕을 활보하는 사람들을 보면 초라해집니다.”

 Y씨는 사우나 등에서 평소 이완된 상태의 남성 크기를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마다 좌절한다. 그러나 평소 이완 상태의 남성 크기는 성기능과 별 관련이 없다. 평소 남성이 크게 보이는 남자들이 발기상태에서도 더 클 것이라고 믿는 것은 오해다.

 필자가 연수했던 미국 킨제이 성연구소의 2대 소장 게바드(Gebhard) 박사는 이런 오해에 좋은 해답을 주었다. 그는 연구를 통해 평상시 이완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남성은 큰 남성과 비교할 때 실제 발기 시에는 더 많이 팽창해 양자 간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제대로 발기만 된다면 사이즈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런 신장계수(伸張係數)의 차이는 단순히 크기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일러스트 강일구

 “평소 축 늘어져서 커 보이는 남성이 더 문제가 있지요.”

 필자의 말에 Y씨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평소 축 늘어진 채 커 보이는 남성이 실제로 발기상태에서는 강직도가 부족해 힘을 못 쓸 가능성이 더 크다. 특히 나이가 들고 운동 부족, 술, 담배 등으로 해면체의 위축이 생기면 이완상태의 남성도 적절한 탄력성을 잃고 축 늘어진다. 미국 의사들은 이런 성기를 ‘젖은 국수 면발(wet noodle)’ 같다며 발기 기능 저하를 의심한다.

 오히려 건강한 남성일수록 발기가 되지 않은 이완상태에서는 몸에 착 밀착되어 있고 조직을 만져보면 탄력이 있다. 성 흥분 때는 신장계수가 커서 충분한 혈류 충만으로 상당한 강직도에 쑥 발기되는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Y씨는 그런 남성을 가지고 있고, 검사에서도 성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흔히 동양인의 경우 발기 시 길이가 11.5㎝ 정도가 평균 크기이지만 2㎝ 정도의 차이로는 별 의미가 없다. 음경왜소증은 5~7㎝ 미만에 해당되는데, 그 이하일 때 성행위 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왜소증을 고민하는 남성들 대부분은 실제 크기가 작은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정상 범위인 경우가 많다.

 반면 남성의 발기 각도에 대해 고민하는 남성도 많다. 발기 시 ‘얼마나 위로 서느냐’는 문제다. 남성이 똑바로 선 상태에서 발기된 각도를 판단할 경우 사람의 머리 방향을 180도, 발끝을 0도로 볼 때, 평균 발기 각도는 110도 정도이며 정상 범주가 60~150도다. 또 아주 수직으로 정면을 향하는 남성은 드물다. 85%의 남성은 정면 방향에 가깝지만, 좌우로 쏠리는 현상이 있어 좌측 방향이 우측보다 5~11배 많다. 고환이 우측보다 좌측으로 처진 것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말로 신경 쓸 부분은 따로 있다. 예전에 비해 발기 크기가 너무 줄거나, 이완상태에서 탄력성을 잃고 축 늘어지거나, 발기 각도가 월등히 떨어지는 것인데 이는 성기능 저하의 조기 신호다. 남성은 함부로 손댈 곳이 아니며 잘못 손대면 성기능의 손상도 온다. 괜한 콤플렉스에 혹 떼려다 혹 붙이는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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