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황당 사고, 시·구청에 보상 청구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12일 오후 2시쯤 서울 마포구 대흥동을 지나가던 3.5t 트럭이 지반이 무너지면서 바퀴가 푹 꺼진 도로에 빠져(아래 작은 사진) 기우뚱하게 멈춰서 있다. [사진 김정겸(독자)]

서울 여의도에 사는 김정겸(33)씨는 지난 12일 오후 2시쯤 발전기 등 방송장비를 실은 3.5t 트럭을 몰고 마포구 대흥동을 지나고 있었다. 삼거리가 나와 시속 10㎞ 이하로 줄이고 코너를 도는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트럭이 한쪽으로 기울어 움직이지 않았다. 깜짝 놀란 김씨는 차에서 내려 도로를 살폈다. 멀쩡하게 보이던 길이 주저앉아버려 트럭 오른쪽 뒷바퀴가 그 구멍에 빠져 있었다.

 김씨는 먼저 보험사에 연락을 취했다. 현장에 나온 보험사 직원은 “ 경찰서에 사고를 접수시키라”고 안내했다. 이에 마포경찰서 교통과를 찾았지만 “사람과 차 혹은 차량과 차량 간 사고가 아니기 때문에 교통사고라 보기 어렵다”며 사고 접수를 하지 않았다. “폭 20m 이하 도로는 자치구 관할”이라는 경찰관의 말에 마포구청 토목과를 찾았다. 하지만 “원인 조사 결과 시공사 잘못으로 판단된다”며 “시공사인 H건설과 상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하루에 운송 으로 벌 수 있는 수익이 100만원인데 일주일 넘게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마포구에서 일어난 일이니 구청에서 처리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더딘 진행에 불만을 털어놨다.

 도로가 주저앉은 원인에 대해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이 경우 차량 무게가 상당한 데다 폭염 때문에 아스팔트가 살짝 녹아 땅이 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연세대 조원철(토목과) 교수는 “기온이 올라가면 아스팔트가 물렁물렁해져 한쪽은 움푹 파이고 한쪽은 불쑥 솟는 등 소성변형(塑性變形)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도로관리과에 접수된 도로보수 신청은 하루 평균 150건 정도였는데 지난달엔 하루 평균 500여 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7월 서울시에 접수된 보수 신청은 4674건이었지만 올 7월은 1만5253건에 이른다.

 김정겸씨의 경우 시공사 및 보험사와 먼저 상의해야 하지만 날씨와 연관성이 명백히 밝혀지면 관할 구청에도 책임이 있다. 지난달 11일 오후 9시쯤 부산시 부산진구 범천로를 걸어가던 회사원 서모(31·여)씨는 땅이 30㎝가량 꺼지면서 왼쪽 다리를 다쳤다. 부산진구청 도시안전과 담당자는 “구청이 포트홀 보수 공사를 한 곳인데 온도가 50도 넘어가면서 강도가 떨어져 녹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서씨는 부산지방검찰청 배상심의위원회에 350만원의 배상 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구청 관계자는 “위원회 및 당사자와 협의해 적정 금액을 배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통사고 전문인 김광삼(법무법인 더쌤) 변호사는 “김씨의 경우 일차적으로 도로 관리 의무가 있는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에 법적 책임이 있다”며 “구청은 시공사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이후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폭 20m 이상의 도로는 시청, 고속도로의 경우 한국도로공사가 관할한다.

민경원 기자, 우희선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

J신문고를 울려 주세요 제보는 e메일(social@joongang.co.kr)을 통해 받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