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배상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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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4일, 모 시멘트회사 삼척공장주변 주민 1천1백75명은 공장에서 나오는 매연·분진·진동·소음 때문에 안질·인후염·피부병·기관지염 등을 앓게 되었으며 1㎞이내에서는 농사도 지을 수 없다고 하여, 동 시멘트 회사대표를 상대로 1억91만6천3백3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 민사지법에 제기했다 한다.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사건 중 소가가 1억원이 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청구인수가 1천여명이 되어 공해 소송상 신기록을 세웠기에 앞으로의 판결이 주목되고 있다 할 것이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 공해에 관한 판례가 확립되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민법 제7백58조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 점유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 제7백51조는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해업소에 의해서 재산상 손해나 정신적 피해를 본 경우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손해액의 산정에는 상당한 애로가 있을 것이 예상되나, 인간의 신체와 건강에 주는 피해는 재산상 손해보다도 더 크다는 것을 확인해주어야만 할 것이다.
외국에서는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그 배상액도 어마어마하게 높고 법원에서는 손해배상을 명할 뿐만 아니라 공해업소에 대해서는 공해가 끝날 때까지 1일 1만불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공해로 인한 보상을 위하여서는 산재보상보험과 같이 국가와 기업체가 보상금을 적립하여 공해피해자에게 배상을 해주는 방법도 강구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공해 방지법에 의하여 기껏해야 조업금지 명령이나 시설개수 명령 등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있을 정도이나, 보사부에선 이것조차 태만히 하고 또 보사부에서 그러한 명령을 내리더라도 이에 위반한 경우에는 2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만 하고 있으므로,몰염치한 공장주들은 알고서도 공해방지조치를 취하지 않고 벌금을 무는 것이 싸다는 계산으로 그 예방조치를 고의로 등한시하고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명확히 나타난 바와 같이, 당국은 공해방지에 대해서 너무나 무성의한 인상을 씻을 길이 없다. 주민들에 의하면 그 동안 동 공장에서 생기는 낙진·진동·매연·소음 때문에 살 수 없었다고 보사부와 국회에 여러 번 진정했으나 당국은 지금까지도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 할진대, 당국자 자신의 직무위반 혐의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공업화가 진행함에 따라 일어날 여러 가지 공해를 막기 위하여서는 공해방지법을 개정하여 벌금형뿐만 아니라 체형까지도 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요, 보사부의 고발조치가 없더라도 검찰권이 직접 발동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 신속한 손해보상을 하기 위하여 산재보상법과 같은 공해보상법도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행정적 측면에서는 닉슨 미국대통령이 발표한 환경정리10개년 계획과 같은 공해에 대한 과감한 대응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후진국이 선진국의 공해에 관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하여서도, 사전에 신고되는 공업지구를 지정하여, 주거지구의 분리함으로써 주거지역 안에 있는 악취와 매연 소음을 내는 공장을 하루 빨리 공업지구로 이전하여 공해방지를 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공해가 보이지 않는 화학적 적이요, 이대로 두었다가는 멀지않아 전 인류를 몰살하는 대적이 될 것임을 직시하여 주변에 있는 공해업소부터 적발하여 고발조치를 하고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여 공해의 위험을 제거하는데 앞장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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