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분실하면 작동 안되게…원격 '영구 잠금기능' 내년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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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A양은 낯선 남성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알몸 동영상을 가지고 있으니 유포를 막으려면 음란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라는 협박이었다. A양은 잃어버린 휴대전화로 조카와 함께 목욕하는 장면을 촬영한 일을 기억해 냈다. A양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중고 휴대전화를 사고파는 B씨를 붙잡았다. B씨는 A양의 분실 휴대전화를 되팔기 전 동영상을 확인했고, 이를 약점 잡아 집요한 협박을 계속한 것이다. 앞으로 A양처럼 분실한 휴대전화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부터 국내 회사가 제작하는 스마트폰엔 ‘영구 잠금기능’ 같은 도난방지기술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휴대전화 부정사용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13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스마트폰에 ‘킬스위치(Kill Switch)’가 들어간다. 킬스위치는 원격으로 휴대전화를 잠그거나 개인정보를 완전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도난방지 기술이다. 예컨대 휴대전화를 도난당했을 경우 별도로 마련된 웹사이트에 접속해 단말기 초기화가 불가능하도록 하고, 영구적으로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게끔 하는 식으로 원격 조종한다. 스마트폰이 ‘먹통’이 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고, 개인정보 유출도 어려워진다.

 삼성전자·LG전자는 내년 상반기 출시할 새 모델에 이 기능을 넣기로 했으며, 올해 2월 이 기능을 도입한 팬택은 위치·이동경로 추적서비스를 추가하기로 했다. 미래부 이동형 통신정책국장은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판매 중인 해외 제조사도 이 기능을 탑재토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명의 도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된다. 휴대전화 서비스에 가입할 때 향후 추가로 휴대전화에 가입할지 등을 본인이 미리 정하는 ‘휴대전화 보안등급제’를 통해서다. SK텔레콤·LG유플러스는 이달부터, KT는 오는 11월부터 시행한다. 또 대포폰을 이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온라인으로 개통할 때에는 공인인증서와 신용카드로 본인 인증을 받도록 했다. 이는 훔친 스마트폰을 불법적으로 사고팔거나, 남의 이름으로 스마트폰을 개통하는 사건이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이와 함께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대출해 준다는 불법 대부 광고에 사용되는 전화번호를 소유자의 동의 없이도 이용정지 시킬 방침이다. 휴대전화 부정개통 사례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파파라치 신고포상제’도 도입한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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