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모자라 난리인데 … 복지예산 3년간 7000억 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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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원주시에 살던 A씨는 지난해 4월 2일 사망해 이틀 뒤 화장돼 보건복지부 장사 시스템에 사망자로 등록됐다. 이후 복지부 사회복지통합관리망에 사망의심자로 분류됐지만 원주시 담당 공무원은 사망 처리를 하지 않았고, 복지부와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은 이를 방치했다. 사망자 A씨의 계좌에는 죽은 뒤에도 기초노령연금 85만1400원(9개월), 장애인연금 24만원(10개월) 등 모두 109만1400원이 입금됐다.

#. 대구시 수성구의 B씨는 부양의무가 있는 자녀들의 총 월소득이 5200만원, 총재산이 73억원에 달하고 의사인 딸에게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B씨는 자녀들과 관계가 단절됐다고 거짓신고를 했고, 담당 공무원은 그를 기초수급자로 분류해 모두 1억289만3380원을 챙겼다.

 복지에 쓸 돈은 크게 불어난 반면 조세 수입은 부족해 증세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막상 복지현장에서는 예산이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 부실하게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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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복지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감사해 13일 발표한 ‘복지 전달체계 운영실태’에 따르면 2010년 1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사통망)’이 구축됐지만 부실 운영 등으로 약 7000억원(2010년 1월~올해 5월)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세수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선에서의 고질적인 예산 낭비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감사원은 “복지부가 복지사업 효율화를 위해 사통망을 구축했지만 정확한 자료가 제때 입력되지 않는 등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사망자에 대한 복지급여 지급이다. 복지부가 2010년 사통망을 구축하면서 기존 자료를 별도의 검증 없이 그대로 이관받아 이미 사망한 116만 명을 생존한 것으로 잘못 파악했고, 이 중 32만 명에게는 모두 639억원(지난 5월 기준)이 지급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사망자 32만 명에게 639억 연금 지급

또한 다른 기관에서 받은 자료를 별다른 검토 없이 자동 반영하거나 공무원이 수작업으로 자료를 입력해 오류가 생긴 경우도 허다했다. 장애인연금 등 28개 장애인 복지사업의 경우 장애등급 입력 오류 등으로 1만7751명에게 163억원,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등 5개 사업은 건강보험료 납부액, 연령 오류 등으로 1만3586명에게 375억원을 잘못 지급했다.

 복지부와 지자체의 ‘칸막이’도 예산 누수의 원인이 됐다. 사통망에는 매월 소득·재산자료(국민연금 등 25종)가 축적되지만 복지부는 이 자료를 그때그때 지자체에 주지 않고 6개월 주기로 제공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 같은 자료 반영 지연으로 연간 752억원이 잘못 지급됐다고 봤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때는 근로소득뿐 아니라 이자소득도 반영하게 돼 있는데 복지부는 지자체가 이자소득 자료를 조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지 않아 연간 959억원이 낭비됐다고 밝혔다.

수급자 소득·재산 파악 제대로 못해

 복지 수급자 선정을 위한 소득과 재산 현황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기초수급자 11만 명을 대상으로 모의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소득 은폐율은 5.5~6%였고, 이로 인해 잘못 지급된 돈은 247억원 수준이었다.

 감사원은 이 밖에 복지수요 증가에 따라 중·장기 인력수급 대책이 필요한데도 복지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족한 복지인력은 6930명으로, 아무리 좋은 복지정책이 나와도 일선 현장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제대로 정책이 전달되지 않는 ‘깔때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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