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유럽 … 발빠른 돈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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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올해 상반기는 선진국의 독무대였다.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며 신흥국으로 빠져나갔던 자금이 선진국으로 유턴했을 정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미국과 일본의 얘기였지 유럽의 처지는 조금 달랐다. 투자자들은 유럽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재정위기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인한 기대감은 있었지만 경제 지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유럽의 경제지표가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16개국 증시 상황을 반영하는 MSCI유럽지수를 보면 6월 말 이후 이달 9일까지 10% 상승했다. 미국(5.5%)과 일본(3.6%)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14일(현지시간) 발표되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2년 만에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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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이 이렇게 달라지면서 자금도 유럽으로 빠르게 몰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과 일본 펀드가 20% 넘는 수익률을 내며 선전한 반면 유럽 펀드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11.78%)을 보였다. 성적만 보면 미국·일본 펀드에 돈이 몰려야 하지만 8월 들어 유럽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202억원으로 미국(159억원)과 일본(87억원)을 제쳤다.

 유럽 시장 성장의 과실을 누리고 싶다면 펀드에만 눈길을 줄 게 아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에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유럽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전무했지만 4월부터 영국 FTSE100 지수를 자산으로 한 ELS가 나오기 시작했다. FTSE100은 런던증권거래소 상장 100개 기업을 토대로 만든 지수로, 이 지수를 포함한 ELS가 최근 4개월여간 총 58개나 발행됐다. 이 중 일부가 90%가 넘는 청약률을 보이는 등 인기를 끌자 증권사들은 유로스톡50 같은 다른 유럽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도 준비 중이다. 유로스톡50은 알리안츠·바이엘·BMW 등 유로존 50개 우량주로 구성된 지수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가 제공한다.

 국내 시장에 투자하더라도 종목만 잘 고르면 유럽발 훈풍의 수혜를 볼 수 있다. 주목할 기업은 대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과 유럽 현지에 공장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지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상반기 기준 유럽 수출 상위 품목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의 단계별로 수혜 종목이 조금씩 달라진다”며 “단계별 투자 전략을 구사하라”고 조언한다.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소비심리지수 같은 경기에 선행하는 지수(선행지수)와 산업생산·소매판매 같은 경기 회복에 맞춰 동반 성장하는 지수(동행지수)를 구분해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마이너스권에서 개선되는 단계에서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종목에 투자하고, 동행지수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IT 종목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선행지수와 동행지수 모두 플러스 성장으로 진입하면 철강과 화학·건설 종목으로 관심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은 중국의 최대 수출지역인 만큼 유럽의 경기가 살아나면 중국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미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전망이다. 실제로 중국의 대유럽 수출은 전달 대비 2.8% 성장하면서 6월(-7.8%)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된 바 있다.

 하지만 유럽에 대한 기대 또한 과유불급이다. 이재만 연구원은 “다음 달 22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내년과 내후년 각각 44억 유로와 65억 유로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그리스 역시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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