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시대와 일식|양인기<중앙관상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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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일 새벽 미주에서는 70년만에 완전 개기 일식이 있었다. 70년만이니, 20세기 최후의 개기일식이니 하지만 그것은 미주 쪽에서의 이야기이고 지구의 어느 곳엔 가에는 흔히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야만인들이 사는 섬에 들어간 백인 탐험가가 토인들에게 잡혀서 꽁꽁 묶였었다.
토인들이 자기 둘레를 춤추며 도는 것을 보니 이젠 꼼짝없이 죽었구나 생각했다. 토인들의 춤이 점점 가경에 들어가면서 하늘을 쳐다보며 장탄식을 하던 이 탐험가는 「인스피레이션」을 얻었다. 마침 그날이 일식이라는 것이 생각난 것이다.
『이 놈들아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나를 해치면 너희들의 해는 가리워 지고 영원의 암흑 속에 살 것이다. 보라, 저 해를….』
차차 먹혀 들어가는 태양을 보고 토인들은 공포에 떨고 기도를 드린다.
이렇게 하여 살아 돌아온 탐험가의 이야기인데, 과학의 힘으로 백인들이 식민지를 먹어 들어가던 19세기에나 있던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20세기의 「멕시코」에서도 촛불을 켜고 기도를 드린단다. 자연 앞에 경건한, 선량한 백성들을 과학이란 잔재간이 우롱하려 든다.
우리 국민이 생전 못 보던 완전 개기 일식을 만났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천문학적이란 무용지물이라 생각하기가 일쑤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실증된 것은 일식 때의 빛의 휨이 관측되어서이었다.
이 이론적 실험적인 성과가 원자탄의 출현을 가져왔다고 하면 그래도 역설이라고 생각 할 것인지. 균형 잡힌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아쉽다.
돈·돈·돈의 「이커노믹·애니멀」도 좋지만 좀 더 긴 안목으로 「돈」을 벌 궁리도 해야 할 줄 안다. 그날그날 살기에도 힘이 드는 우리의 현실일지 모르겠지만 내일에 산다는 우리의 자세가 아직은 어쩐지 어색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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