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잡부금의 양성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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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는 지금까지 강력히 억제해오던 학원잡부금을 양성화하기로하고 가칭 [학교육성회]의 운영을 검토중이라한다. 문교부는 현재 음성적으로 받고있는 잡부금을 일체없애고 우수교사의 확보와 학교육성을 위해 학부형들의 재정형편에 따라 4, 5계단의 등급으로 나누어 매 학기초 또는 매달 등급에 따라 일정액을 이 육성회에 납부하는 안을 마련했다고 하며, 그 액수는 5백원으로 학부형이 직접 은행에 불입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학교잡부금의 양성화에 대해서는 오랜 찬·반 양론이 있었다. 반대하는 사람은 무상의무교육을 규정한 헌법이념에 반한다는 것이요, 잡부금을 일소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교과서공급의 무상과 무료학교급식, 통학수단의 무료운영까지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이 이상으로 하는 바는 선진 각국과 같이 교과서의 무상공급, 무료급식, 공과금 일소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의무교육은 만 18세까지로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 이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론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현재의 경제건설 우선, 자주국방 경향때문에 막대한 국비가 거기에만 쏠리고, 교육투자는 상대적으로 낮아져 의무교육의 1년 단축론까지 나와있는 이 마당에서 교육재정의 전반적인 국고의존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어있다.
각급 학교의 이러한 여건하의 운영실태와 잡부금 현실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문교부 국정감사에 밝혀진 자료에 의하면 잡부금의 종목은 45개 종목에 걸치고 있으며, 한 학생에 평균 4천원으로 전국의 초·중·고를 합쳐 연 2백억 가량을 징수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고, 국민학교가 그중 3분의 2를 거둬들인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다. 따라서 문교부가 현실을 외면하고 잡부금일소의 행정구호만 내걸어온 것은 눈감고 아옹하는 행정에 불과한 것이었다. 문교부가 늦게나마 고식적인 잡부금(음성화) 정책에서 적극적인 양성화정책으로 전환하게 된 것을 우리는 크게 환영할 수는 없으나 부득이한 조치임을 이해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원칙으로 말한다면, 정부가 의무교육세를 징수하여 이 의무교육에 써야 할 것이나, 현재에도 과중한 담세에 허덕이고있는 서민들에게서 또 하나의 징세를 한다는것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기때문에 소위 수익자부담으로 잡부금을 양성화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문교부의 양성화방침이 부득이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 징수와 사용관리에 만전의 준비와 감독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
잡부금을 징수하는 경우에도 그 징수는 교사가 맡아서는 안될 것이요, 학부형이 직접 은행에 예치하는 방법이 현명한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이 경우에 있어 징수액은 학부형의 재정형편에따라 등급제로 하는 이상, 최고액 5백원 운운의 비현실적인 규제는 재고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현재 연평균 4천원이란 잡부금을 최고액 5백원으로 줄인다는 것은 음성적인 잡부금을 또다시 발효케할 것인즉 양성화하는 이상 최고액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징수금의 용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나 교사의 생계비보조가 가장 시급하리라고 생각된다. 대한교련의 통계에 의하면 교사경력 10년의 중견교사 월 생계비는 다른 봉급생활자와 같이 4만2천4백여원인데, 실수령액은 1만8천3백여원으로 월 2만6백여원이 부족하다고 한다.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이직하는 교원들이 날로늘어 최근 6년간에 퇴직율이 3배나 늘어난 것을 보더라도 교원의 생계비보조는 극히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징수금이 교원의 생계비보조이외의 용도로 낭비되지않게 문교부는 철저히 감독하여야 할 것이다. 또 이런 납부액의 등급제를 찬성하면서도 고액납입자를 많이하는대신 면제자도 많게함으로써 학부형의 납입금 등급이 곧 학생의 대우등급이 되지않도록 각별한 주의와 감독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문교부의 학교잡부금 양성화는 현실정에서는 부득이하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봉책이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국세인 교육세를 신설하여 의무교육을 충실히하고 교원의 생계를 보장되게하여 잡부금이 근절되도록 문교부는 교육의 백년대계를 확립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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