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를 마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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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지막에 남은 것은 4편이었다. 『유형의 서장』(오성근)은 과거가 있는 남녀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것인데, 도입서 시작되는 글 처리가 능숙한 편이고, 대사도 매우 세련되어 있다. 다만 한가지 이런 국면의 작품은 끝맺음이 힘드는데 여기서도 두 인물의, 심리적 갈등이 제대로 여물지못해 공전하거나 약화된 느낌을 주는 것이 흠이다.
『요한을 찾습니다』(이현화)는 정신착란을 일으킨 어느 「크리스천」젊은이를 소재로 했는데 약간 색다른 것은 그가 자기가 아니고 자기의 우인이라는 환상을 갖고서, 병원이 아니라 형무소를 뛰쳐나와 자기집을 찾아온다는 설정이다. 대체로 감상적인 「톤」이 전체를 지배하나 극적으로 무리가 없어 작품을 얌전한 것으로 만들었다.
『남국이변』(윤한수)은 월남전선에서 싸우는 어느 국군병사가 자신의 어릴적 6·25의 쓰라린 경험으로해서 죄없다고 생각한 현지주민을 「베트콩」「스파이」로 몰기를 거절한데서 생기는 이야기를 그렸다. 직선적으로 몰고간 주인공의 행동의 성실성은 납득할 수 있으나 극의 동기설정으로서는 허약하다는 느낌이다.
『행선지』(차신자)는 여객선 갑판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재치있기로는 이 작품이 그중 나으나 중간 부분이 지루하고 결말의 처리가 너무 상투적이다. 중간부분을 정리하고 결말에 좀더 인생애환을 담으면 깔끔한 단막극이 될 것이다.
이상 4편중 심사위원 두사람은 충분한 논의끝에 비교적 흠이 없다해서 『요한을 찾습니다』를 당선작으로 뽑고 그러나 나머지 중 『유형의 서장』과 『행선지』의 두편도 그리 빠지는 작품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선외가작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유치진 여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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