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피의 토요일'… 무력 충돌로 최소 74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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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친무르시 시위대들이 벽돌로 바리케이드를 쌓은 채 돌을 던지며 경찰에 저항하고 있다. 이날 충돌로 최소 74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카이로 로이터=뉴스1]

이집트에서 군부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최대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27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에서 경찰과 친무르시 시위대 간 무력 충돌로 최소 74명이 죽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고 CNN이 이집트 보건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사망자 수는 발표 기관마다 차이가 있다. 친무르시 측 핵심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경찰의 발포로 시위대 120명이 죽고 수천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반면 이집트 내무부는 2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집트에서는 지난 3일 군부가 무르시를 축출한 이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무르시가 감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카이로 북동부 나스르 시티의 공화국수비대 병영 앞에서 경비 중이던 군이 시위대에 발포, 최소 51명이 숨지고 435명이 부상했다. 이번 유혈사태도 같은 나스르 시티에서 일어났다.

 무슬림형제단의 게하드 알하다드 대변인은 “경찰이 시위대의 머리와 가슴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며 “발포 목적이 시위 해산이 아니라 시위대 사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7일 새벽 경찰의 최루탄 발포가 있었고 시위대가 저항하자 경찰 특공대가 무방비 상태의 시위대에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등 외신은 시위 장소 인근 건물과 옥상 등에 저격수가 배치돼 있었다는 일부 목격자의 증언을 전했다.

 반면 무함마드 이브라힘 내무장관은 시위대 사살을 부인하며 오히려 “시위자들이 돌을 던지고 총을 쏴 경관들이 부상을 입었고 2명은 머리에 총을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위대가 경찰에 산탄총을 쏘고 돌을 던지는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8일 총격사건 때도 이처럼 양측이 상반되는 주장을 폈었다. 이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군의 발포로 대학살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유혈사태는 압델 파타 알시시 국방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이집트 과도정권 실세인 그는 24일 국영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폭력과 테러에 맞설 권한과 지위를 부여해 달라”고 역설했다. 뉴욕타임스는 알시시의 발언이 친무르시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을 허용해 달라는 메시지였다고 해석했다.

 미국은 즉각 우려를 표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집트는 현재 역사의 결정적 순간에 서 있다”며 “이집트는 영원히 지금 일어나는 사태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도 알시시에게 전화를 걸어 “이집트 과도정부가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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