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상륙의 척후…「감상회」|문화교류 업은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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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는 12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게 될 「일본영화감상회」를 계기로 일본영화의 한국상륙에 대한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월23일자로 문공장관의 승인을 받은 이번 「감상회」는 한국영화제작자협회 주관으로 일본5대 영화사가 출품한 극영화·비극영화 각각5편씩을 상영하는데 12월초 또는 중순께 사흘동안 일반극장이 아닌 시민회관이나 이대강당에서초청받은 문화계인사에 한해 무료 공개키로 됐다.
일본영화제작자연맹은 지난 8월8일자로 일외무성과 주한일본대사관등 외교 「채널」을 통해 서울에서 「일본영화주간」을 열게 해 달라고 문공부에 요청하고 8월27일 한국영화제작자협회에 공문을 보내 이의 협조를 요구해왔다. 따라서 제협은 9월2일 문공부에 이의 승인을 요청했던 것인데 문공부는 두 달 동안 검토 끝에 결국 이를 승인했다.
여기서 당초 일본측이 요구한 「일본영화주간」을 「일본영화감상회」로, 또 일주일동안 20편 (극영화10편·문화영화10편) 상영은 사흘동안 10편 상영으로 바뀌었다.

<외교「채널」 통해>
한·일 협정이후 줄곧 한국시장을 넘보아온 일본영화계는 한국 측이 거절하지 못하게끔지난 7월초 동경에서 열렸던 한국영화감상회에 대한 답례를 미끼로, 또 공식외교 「채널」을통해 이번 감상회를 요구해온 것이다.
일본영화가 우리나라에 선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62년 제9회 「아시아영화제」때와 66년 제13회 「아시아영화제」때, 그리고 지난 10월25일 「아스파크」문화 「센터」 창립1주년기념 영화회 때 등 세 번이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감상회가 비상한 주목을 끌고있는 것은 국제행사의 일부가 아닌 순전한 단독 영화감상회란 점과 지금까지 한국시장개척에 혈안이 되었던 일본영화계가 한국상륙을 위한 전초전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 때문이다.

<수입문제 표면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영화가 이 땅에 들어오면 제일 큰 타격을 받게될 방화제작자들이 견본시장의 성격을 띤 이번 감상회를 적극협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일본영화수입문제를 차차 들고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정치·경제·체육 및 모든 문화분야에서는 활발한 교류가 있는데 유독 영화부문만 봉쇄돼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되며, 이번 감상회를 계기로 영화교류의 길을 열어 우리영화를 일본시장에 수출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왕 들어올 외화편수에 일본영화를 넣고 그 대신「바터」제로 방화를 수출하면 외화획득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기상조" 여론>
이에 대해 영화교류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영화인들은 방화계가 아직 일본영화를 받아들일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또 지금까지 20여 편의 방화가 명목상 일본에수출되긴 했지만 영화기술의 낙후와 자본의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영화가 모든 면에서 앞서있는 일본땅에 정말 발붙일 수 있을까하는데 회의를 품고 있다.

<「저급」방지 무책>
현재 일본의 영화는 「테크닉」 면에서 우수한 반면 일부 예술영화를 제외하고는 「에로티시즘」이나 오락성에 치우치는 저속한 영화가 대부분이라는데 이런 저급영화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부는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영화문제에 대해 소위 7·23공약을 발표, 66년기술·배우교류, 67년 합작, 68년 수입이라는 3단계 방침을 세웠으나 일반의 반대여론에 눌려 실효를 보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국민여론을 시험>
문공부 관계자는 일본측이 문화교류 중 특히 영화교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이번 감상회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실명하고, 그렇다고 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일본영화가 수입되지는않을 것이라고 변명했다. 문공부는 우리국민의 대일본 특수감정을 고려해서 이번 감상회를조용한 곳에서 열도록 종용하고 있으나 이를 통해 국민의 일본영화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여론을 들어보려는 속셈인 것 같다.<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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