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김원홍에게 6000억 사기 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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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태원 SK 회장이 법정에서 김원홍 SK 전 고문에게 6000억원을 사기당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11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2005년부터 돈을 맡겨 총액이 6000억원에 이르는데 김 전 고문이 아직까지 반환을 미루고 있다”고 진술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1998년 손길승 명예회장 소개로 만났다. 이후 2005년부터는 선물·옵션 투자를 위해 거액을 맡겼다. 평상시 김 전 고문이 주가·환율 등의 예측에 뛰어난 식견을 보여 믿고 투자를 맡겼다고 한다. 하지만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요구에 김 전 고문은 그동안 거둔 투자 성과와 거액의 통장을 보여주며 “내 능력을 믿어 달라”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 수사와 공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김 전 고문은 자신이 귀국해 해명하겠다고 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믿기 어려운 사기를 당했기 때문에 인정하기 힘들어 그동안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지만 이제 김 전 고문을 사기죄로 형사 고소하고 투자금 반환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진술은 그동안 숨겨왔던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자신도 피해자라는 주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소사실과 크게 관련 없는 내용을 밝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상식적으로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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