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구조선머리에 통곡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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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지사고현장=본사임시취재반】남지나룻배전복사고의 조난자를 수색중인 현지경찰은 19일 사망3명, 실종73명, 구조41명으로 밝혀내고 승선인원을 모두 1백17명으로 최종집계했다. 현지구조본부는 사고 당일인 지난17일 시체3구를 인양했을 뿐 급류와 물이 줄어들지 않아 나머지 실종자의 시체를 건져내지 못하고 있는데 73명이 모두 익사한 것으로 보았다.
19일 상오 현지구조본부는 사건 당시 시속 15마일의 급류가 실종자들을 강하류로 멀리 떠내려보낸 것으로 보고 시체가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76명의 목숨을 삽시간에 빼앗아 간 남지읍남포동 도선장엔 19일까지 돌아오지 않는 넋을 애타게 찾는 유족들의 통곡으로 가득 차 있다.
구조선이 시체를 찾지 못해 빈배로 도선장에 오자 한갑순노파(80·성산리상촌마을)는 뱃머리를 끌어안고 『내아들 두규야, 어디있노」하며 울부짖었고, 손자 김상복씨(24)도『아버지가 품팔이로 돈벌어 할머니의 약을 사온다더니!』하며 할머니와 함께 땅을 쳤다.
시체나마 나올까 해서 사흘밤을 꼬박 새운 많은 유족들은 구조선이 돌아올 때마다 단 1구의 시체마저 없어 구조본부에『시체를 빨리 건져 달라』고 아우성쳤고 구조선이 떠날 때마다 함께 타겠다고 몸부림쳤다.
특히 한기성씨(35·두곡리)등 10여명의 유족들은 지난 18일 하오4시쯤 남지철교에다『철다리야, 이 원수야』라고 목메어 외치며 돌을 던지며 부수려고 덤벼들었고. 선주신용씨(48)집에도 유족들이 몰려가 분노를 터뜨리자 남편이 구속된 후 혼자 있던 부인이『나를 대신 죽여 주이소』하고 애원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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