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김일성 타던 차 보며 호국 되새겼으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갑종 유엔 한국참전국협회 회장(오른쪽)이 1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선영제 관장에게 김일성이 이용하던 리무진을 기증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전쟁기념관]

지갑종(86) 유엔참전국협회장은 16일 북한 김일성 주석(1912~94)이 6·25 전쟁 때 이용했던 리무진(아래 사진)을 전쟁기념관(관장 선영제)에 기증했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역사적 전리품을 정부에 내놓은 그는 “딸을 시집보낸 듯 허전하 다”며 아쉬워 했다. 그러면서 “국가에서 관리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 회장이 내놓은 리무진은 1948년 구 소련 스탈린그라드 자동차 회사에서 제작한 지스(ZIS) 승용차다. 당시 최고급으로 대우받던 승용차를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그해 김일성에게 선물했고, 김일성은 이 차를 즐겨 이용했다. 김일성은 6·25전쟁 중 이 차를 타고 경북 왜관을 방문해 전황을 지휘했다.

 지 회장은 51년 로이터 통신 기자로 취재하며 김일성 리무진에 대해 듣게 됐다. “인천상륙작전으로 6·25전쟁 전세가 역전됐어요. 북한군은 후퇴를 거듭했죠. 평양이 순식간에 함락되자 김일성도 북쪽으로 후퇴를 했어요. 그러다 영변 인근의 청천강에 이르러 차로 건널 수 없었던지 그곳에 버리고 갔어요. 이를 6사단 2연대 수색대가 평북 영변군 신흥동 강가에서 노획해 이승만 대통령에게 전달했습니다. 이후 당연히 한국에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60년 유엔참전국협회를 꾸리면서 그 차가 미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각국에서 기념품을 내놓기로 했는데 김일성 승용차가 상징성이 크다는 의견이 있어 알아보던 중이었죠.”

 이 차가 미국에 있었던 이유는 이렇다. “승용차가 미국으로 건너간 건 51년 7월 전쟁이 한창이던 때였어요. 서울에서 월튼 워커 미 8군 사령관이 51년 6월 전사하자, 이승만 전 대통령이 워커 사령관의 부인에게 이 차를 선물로 줬다고 합니다. 부인은 51년 7월 10일 승용차를 샌프란시스코항에서 인수했죠. 그런데 고향인 조지아주로 승용차를 몰고가다 고장이 나자 미국 자동차로 바꿨다고 해요. 러시아산이다보니 부품 구하기도 어려웠겠죠. 그 뒤 미 뉴저지주의 자동차 수집가에게 차가 넘어갔던 거죠. 69년부터 차를 한국으로 가져오려 노력했습니다.”

 그는 미국을 20여 차례 드나들며 수집상을 설득했다. 차 인수도 어려웠지만 한국으로 가져가는 데 드는 세금도 문제였다. 차값은 7만5000달러. 세금은 두 배를 내라고 했다. 살고 있는 집을 팔려고도 했다. 김우중 당시 대우그룹 회장의 지원으로 차를 살 수 있었다. 뉴욕 주재 한국영사관에서 ‘한국 재반입 차’란 증명을 해줘 세금을 내지않고 들여왔다. 지씨는 그동안 김일성 승용차를 여의도 안보전시관, 경북 사천의 항공우주박물관 등에서 전시해 왔다.

 그는 “6·25전쟁을 일으킨 이가 타고 다닌 이 차의 역사적 의미는 크고, 차의 주인은 침략에 맞서 싸워 나라를 지킨 우리 국군”이라며 “많은 이들이 차를 보면서 호국정신을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