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랜 금속활자 증거" 증도가자 11자 추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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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공개된 고려 금속활자. ‘길 도(道)’와 ‘짙을 농(濃)’자다. [사진 다보성고미술관]

세계 활자사를 다시 쓰게 될까. 현존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直指)』(1377년)보다 138년 이상 앞선 금속활자인 ‘증도가자(證道歌字)’ 진위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유물이 나왔다.

 다보성고미술관(관장 김종춘)은 고려시대 금속활자가 담겼던 청동초두와 청동수반(水盤·대야)을 16일 중앙일보에 공개했다. 이들 유물 표면의 흙에 붙어 있던 금속활자 9개와 함께다. 초두와 수반을 X선 촬영한 결과 그릇 바닥에 남아 있는 흙에서도 활자가 1개씩 묻혀 있었다. 이로써 그간 공개된 금속활자 101개에 총 11개의 활자가 추가됐다.

 X선 분석을 한 이오희(65)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은 “고려 청동초두와 대야엔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청동 녹이 슬어 있고, 안에는 물에 잠겼다 말랐다를 반복한 듯 미세한 분말 앙금 흙에 금속활자 흔적이 도장 찍힌 듯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활자 공개 초기에 진위 논란이 잠시 있었지만 누구든 이번 실물을 보면 진품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이승철 학예연구사는 “고려시대엔 서적원 등 활자를 주조하고 보관하는 관청이 있었다. 당시 활자공방 모습까지 짐작할 수 있게 해 의미가 큰 유물”이라고 평가했다.

 ‘증도가자’ 연대를 측정한 추가 자료도 공개됐다.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이 ‘중(衆)’자와 ‘광(廣)’자에 묻은 먹을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을 한 결과 고려시대(확률 94.2%, 각각 1200~1300년, 1185~1265년)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한국지질연구원이 다른 활자 4개를 같은 방식으로 측정한 추정치(1160~1280년)와 부합한다. 그간 학계 일각에선 “고려시대 먹을 칠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진위 논란이 일었다.

 ‘증도가자’ 연구 결과를 처음 공개했던 남권희(57·문헌정보학) 경북대 교수는 “9월 유럽인쇄박물관협회 모임과 미국 버클리대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 11월 일본 도쿄에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제적 평가와 인정을 받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증도가자(證道歌字)=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고려 활자.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보물 758호)』와 서체가 같아 붙인 이름이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는 애초 금속활자로 인쇄한 것을 1239년 목판에 옮겨 새긴 번각(飜刻)본이다. ‘증도가자’가 1239년 이전에 제작됐으리라 추정하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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