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투성이 방역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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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콜레라」의 두려움을 불러 일으켰던 군산·옥구 일대의 괴질소동은 『「비브리오」성장염』으로 판명됨으로써 일단락된듯 하다.
그러나 이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식중독치곤 치사율이 20%이상이라는 너무 높은 점등 아직 마음놓기는 이른것 같으며,특히 이번 소동을 통해 오진의 진원이자,괴질앞에 갈망길팡만해온 보사당국의 실태는 실망을 넘어 불안한 마음마저 들게한다.
최초의 환자발생이 보고됐던 지난달 28일 께부터 지금까지 보사당국이 취한조치는 아래위없이 그야말로 허점투성이로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첫째, 괴질이 번지고 첫 환자가 사망하기까지 옥구보건소가 그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는것은 국민보건관리와 극빈자치료를 맡은 그 국가기관의 존재의의마저 의심케하는 직무소홀의 결과라 아니할수 없다.
평소에드 흔히 딴전을 부리는 나머지 도리어 또 하나의 민폐의 근원이란 비난을 받아온 보건소당국자들은 차제에 크게 반성하는바 있어야 할것이다.
둘째,군산검역소등 보건기관이 검사에 착수한 시간이 첫발생 닷새후라는 시차적지체와 또 방역조치는 아무것도 없이 보사부에 보고한 내용이『의사 뇌염갈고 앞으로 1백여명의 환자가 더 발생할것 같다』는등 엉터리 내용이었다는 사실은 응급방역태세가 전근대적 상황에 머무르고 있지 않나하는 의심을 자아내게 하는것이라 하겠다.
더우기 균검사 과정이 펑판배지에 올려놓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등 원시적인 방법밖에 없었다는 것은 그러잖아도 동남아 일데에「콜레라」가 만연하고 있다는 WHO의 경고가 발해지고 있었던 만큼 보사당국이 방역태세와 시설개선등에 평소부터 너무 소홀하지 않나하는 의문을 뒷받침한다 할것이다.
세째, 섣불리「콜레라」로 확진발표하여 사회를 한때 긴장시키고 현지에서 휴교령과 일부통금령까지 펴게한 경솔의 책임은 괴질의 정체가 다른것으로 판명됐다해서 지워질수없을 것이다.
이번 괴질의 병원체인「비브리오」균에 의한 식중독현상은 이미 지난55년 이웃인 일본에서부터 발견되기 시작했고,또 2년전 경북 해안지방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되었었다니 만일 이에대한 충분한 대비와 계몽만 있었던들 오진소동은 물론,10여명의 사망자를내고 아직도 늘고있는 이번식중독 사건은 예방될수 있었던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따라서 보사당국이 뭐라변명하든 이번 실태는 소관업무에 대한 무성의가빚은 결과라고 단정하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물론 보사당국으로서도 예산부족,인원부족등 고충은 없지않을 것이다.
전년도 예산중 3천8백여만원의 방역사업비나 5백만원으로 책정된 보건계몽비등이 그다지 충분한것이 못된다는 것은 물론 인정할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년동안 「세이빈·백신」특혜사건,「메사돈」파동,속수 무책에 가까운 뇌염대책, 그리고 불량식품의 범람 등 물의로 점철되고 사후약방문격 대책외에 이렇다 할 업?이 내비치지 않은 보사부가 주어진 예산안에서나마 최선을 다했던가고 묻고싶다.
이번사건의 원인을 캐고보면 단백질 섭취원이 극히 한정되어 있는 영세서민들에겐 정부의 계몽에도 불구하고 위험성 식품에 대한 유혹을 쉽사리 끊기 힘든다는 데서 왔다는점, 그리고 사망자가 속출하는등 피해가 번진것은 경제적이유에 의한 서민들의 병원기피증의 결과가아닌가 싶다.
그렇게 볼때 근본 해결책은 국민의 식생활개선을 위한 항구적 방안강구와 아울러 진료보험제도 확충외에 달리 길이 있을것같지 않다.
「콜레라」1차적인 위험은 가셨더라도 요즘의 이범적여건과 인접지역과의 지리적관계로 보아 무서운전염병이 언제 침입할지도 모른다는 사실,그리고 화학식품의 발달로 인한 식중독 위험의 증대,대기및 하천오염등으로 인한 공해는 날이갈수록 늘어나고 있음을 감안,국민의 건강관리를 맡고있는 보사당국은 이번 일을 교훈삼아 근본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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