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교화소 수감 케네스 배, 삭발한 채 하루 8시간 노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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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신보가 3일 공개한 케네스 배의 모습. 푸른색 모자와 죄수복을 착용한 배씨가 특별교화소 내 콩밭에서 김매기를 하고 있다. [사진 조선신보]

지난 4월 북한으로부터 국가전복 음모죄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특별교화소(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47)씨의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지난달 26일 북한 당국의 허가 아래 배씨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과 사진을 3일 보도했다. 조선신보는 미국 CNN방송에도 관련 영상을 제공했다. 북한이 배씨의 교화소 생활을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미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배씨는 지난해 11월 3일 여행 인솔자 자격으로 중국 국경 인근 나선경제특구에서 관광객들을 인솔하던 중 북한당국에 체포됐다. 조선신보는 “배씨는 중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조선(북한) 붕괴를 위한 거점을 마련해 왔다’며 “종교활동을 통해 조선을 붕괴하겠다는 이른바 ‘에리코 작전’을 직접 계획, 그 실현을 위해 학생 250명을 데리고 나진·선봉에 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씨는 인터뷰에서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8시간 주로 농사일을 하고 있다”며 “내가 한 행위는 용서받기 어려운 행위들이지만 공화국 정부에서 선처해주시고 미국 정부도 더욱 더 노력해 조속한 시간 내에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건강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나 인내성 있게 잘 견뎌내고 있다는 걸 (가족들에게) 전해주면 좋겠다”며 “7월 4일이 아버지의 칠순 생신이라 외아들로서 꼭 (부모가 사는 미국 시애틀에) 가서 아버지를 축하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선신보는 배씨가 수감된 특별교화소의 위치는 밝히지 않았다. 특별교화소는 일반 범죄자가 아닌 반국가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범죄자를 수용하는 시설이다.

배씨는 조선신보 취재진이 도착했을 당시 옅은 푸른색 모자와 죄수복을 착용하고 교화소 내 콩밭에서 김매기를 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거의 삭발한 상태였으며 왼쪽 가슴에는 ‘103’이란 수감번호가 붙어 있었다. 배씨가 작업을 하고 있는 동안 수명의 보안요원들이 계속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배씨가 수감된 감방도 공개됐다. 3.6평 정도의 공간에 침대와 책상, TV 등이 놓여 있었으며 창문에는 쇠창살이 설치돼 있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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