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쾌한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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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 부산시장의 수회사건에 대한 시정인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우선 냉소파의 반응이 흥미있다. 1천6백만원쯤이야「빙산의 일각」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가령 3억원짜리 공사라면 시가(?)로 쳐서 그 10%를「커미션」으로 하면 3천만원은「보이지 않는 돈」일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물론 시정인의 주먹구구니까 뒤를 캘수는 없는 일이다.
순진파의 반응도 흥미있다. 『시장자리는 대단하구먼!』하는 표정이니 말이다. 더구나 김대만시장의 경우, 꼬리는 서울시에서부터 밟혔다는 것이다. 서울서 부산까지 늘어진 꼬리는 길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한가지 누구에게나 공통된 반응이 있다. 그것은 정말 주목할만 하다. 거물급 수사에 대한 당국의 결단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후련해 하고 있다. 마치 구름낀 하늘이 걷힌 것 같다는 듯이-.
이것은 결코 김대만씨 개인에 대한 시선때문이 아니다. 성역처럼 되어있던 특급 고관직들도 가차없이 건드릴 수 있다는 그 결단에 대한 박수갈채인 것이다. 전직고관에 대한 뒷소문이 시정엔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다니는 예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번번이 소문으로 끝이 나곤 했었다.
지난연초 부정공무원에 대한 특별색출기간때도 그랬었다. 이번 부산시장의 경우는 현직에서 그대로 수사기관에 연행되었으며, 모든 작전이 강경일변도 였다. 당국의 태도가 어째서 그처럼 별안간 명쾌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시정인의 반응도 역시 명쾌일색인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당국의 태도이다. 비록 고급관리가 독직에 관련되었다해도 그 수술과 뒷수습이 깨끗할때 국민은 환호를 보낸다. 이제까지 당국은 그런일을 쉬쉬했었다. 필경은 공무원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판단때문이었을 것이다. 하긴「쉬쉬」의 경지가 지나쳐 감싸고 보호하는 인상마저 주는 것도 같았다. 이번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로 나타났다. 시민들의 신문을 보는 표정은 한결 밝고 명랑하다. 당국은 좋은 경험을 산 셈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사건은 쾌도난마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고관직은 수회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교훈을 이번 기회에 똑똑히 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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