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찬호형 공끝 끝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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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리그도, 내셔널리그도 없었다. 텍사스 레인저스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없었다. '사막과 선인장의 땅'을 더욱 뜨겁게 달군 것은 한마음으로 뭉친 '코리안'들이었다.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와 김병현(24.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12일(한국시간)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마련된 국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훈련캠프에서 만나 합동훈련을 했다.

롯데의 피오리아 훈련 캠프에서 박찬호(右)의 연습 투구 장면을 김병현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제공]

지난 5일부터 롯데의 피오리아 캠프에서 함께 운동을 해온 김병현은 소속 팀 스프링캠프 개시일(14일)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롯데 훈련장을 찾았다.

김병현은 그동안 자신을 챙겨준 롯데 백인천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찬호형이 이곳에 와서 운동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백감독이 "와도 좋다"고 허락하자 곧바로 휴대전화로 박찬호에게 연락, 한시간 뒤에 박찬호가 운동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팀 훈련이 시작되기 전이라서 둘 다 유니폼은 입지 않은 채 간편한 운동복 차림이었다.

박찬호와 김병현은 함께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전날 불펜피칭을 한 김병현이 러닝하는 동안 박찬호는 롯데 불펜포수 장규환을 앉혀놓고 불펜피칭 50개를 하며 구위를 점검했다.

박찬호가 피칭하는 도중 러닝을 끝낸 김병현은 박찬호의 피칭을 뒤에서 지켜보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김병현은 박찬호가 피칭을 끝낸 뒤 정리운동을 할 때 뒤에 서서 어깨를 주물러주는 등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을 과시했다. 둘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때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으며, 당시 대회를 앞두고 제주도 합동훈련을 통해 같이 운동한 경험이 있다.

박찬호는 이날 50m 캐치볼로 어깨를 푼 뒤 불펜으로 이동해 자신의 주무기를 차례로 던지며 구위를 점검했다. 30구 이후부터는 주로 파워커브를 던지면서 볼이 잘 떨어지는지를 확인했다.

김병현은 "피칭 도중 찬호형이 밸런스를 좀 봐달라고 부탁했다"면서 "(후배로서)좋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애교섞인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병현은 "몇년째 팀 성적이 나쁜 롯데가 올해는 힘을 냈으면 좋겠다. 내가 함께 훈련한 것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롯데의 올시즌 선전을 부탁했다. 김병현은 선발 전환에 대해서는 "1년간 선발로 시즌을 소화해본 적이 없다. 선발이 된다면 우선은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운동을 끝낸 뒤 최기문.김대익 등 롯데의 오랜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웠고, 구단 직원들의 사인 요청에도 밝게 웃으며 응했다. 박찬호는 13일에도 롯데 캠프에서 운동한 뒤 14일에는 피오리아 인근 서프라이즈에서 열리는 팀의 합동훈련에 참가한다.

약 두시간 거리의 투산으로 이동한 김병현도 14일부터 팀 단체훈련에 들어간다.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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