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핵문제 해결에 서광 비칠 수 있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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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박 대통령을 “중국 인민의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번 방문에 거는 중국 측의 기대가 크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상대적으로 소원했던 한·중 관계가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자들과의 회담을 거치면서 이번 기회에 양국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사안은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양국 정상이 어느 정도까지 일치된 인식을 보여줄 것인지 여부다. 과거에도 양국 공동성명에 북한 핵문제에 대한 언급이 포함된 적이 있지만 수준은 중립적이고 의례적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달 초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비핵화를 위해 북한을 굴복시킬 것이라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의 개인적 친분에 더해 한·중 정상이 과거 어느 때보다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회담은 한·미,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열리는 것이다. 따라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중의 공동 노력을 집대성하는 결실이 맺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시 주석에게 핵문제 해결 구상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한·중 양국이 공동의 노력을 펴 나갈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측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전제로 20여 년 동안 풀리지 않은 핵문제에 서광(曙光)이 비칠 수 있기를 바란다.

 경제문제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도전적 과제가 다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한·중 교역규모는 2151억 달러에 달해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 파트너다. 이 같은 관계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되는 것이 필연적이다. 실제로 이번에 박 대통령을 수행하는 경제사절단이 70명 안팎으로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FTA 협상을 둘러싼 양국의 견해차를 좁히는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협력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그만큼 중국 측의 기대와 호의가 어느 때보다 크다. 미국 방문에서 보여준 박 대통령의 세련된 행보가 중국에서도 이어진다면 중국인들이 열광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양국은 한반도 문제는 물론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 전반의 현안을 놓고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독학으로 중국어를 마스터할 만큼 중국에 큰 관심을 보여온 박 대통령이기에 큰 성과를 낼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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