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외부채 요인의 한도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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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차관의 원리금상환이 국제수지에 미치는 압력을 고려하여 올해부터 차관허가의 한도제를 실시할 방침이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잠정적으로 69년도의 한도를 4억「달러」로 내정했다 하며 이는 종합제철 l억2천만「달러」, 개발사업 2억달러, 석유화학 7천만「달러」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4억달러의 한도를 엄격히 지킨다면 여타 차기의 한도는 없다는 뜻이 될 것이며, 이들 차관도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그 잔여분이 여타차관의 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러한 한도제 구상이 기왕 발표된 현금차관·물자차관정책과 어떤 관련을 갖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으나, 요컨대 고유한 시설차관에만 한도제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이렇게 본다면 시설차관 4억「달러」와 현금차관·물자차관·외채발행액을 합친 것이 올해 들어올 차관규모라 할 것이며, 이것은 예년의 차관도입규모를 결코 하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차관도입규모를 예년보다 적지 않게 책정하면서, 차관허가를 한도제로 한다는 방침은 적어도 국제수지압력이란 측면에서 볼 때 납득할만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선 차관도입을 계속하는 한 원리금상환부담은 계속 늘어갈 것이므로 원리금상환압력이 특정연도에 피크에 달한다는 가정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원리금상환 압력이 피크에 달하려면 적어도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할 것이다. 즉 차관도입을 중단하는 경우가 아니면 차관잔고를 줄이는 방향으로 연간 도입규모를 줄여가는 경우에 상환압력이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상업차관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공공차관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차관잔고를 조절하는 경우에나 원리금상환의 피크연도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의 국제경제정세로 보아 공공차관의 비율을 그토록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전망은 전혀 없다고 봄이 옳을 것이다. 사리가 이와 같다면, 차관규모의 연차적인 체감 없는 원리금상환압력의 경감은 기대할 수 없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현금차관·물자차관, 그리고 외채발행 등은 국제수지압력이라는 면에서는 결코 상업차관보다 유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를 한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차관한도제를 실시하는 의의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다.
기왕 국제수지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라면 일반차관 뿐만 아니라 단기신용까지를 포함하는, 모든 대외부채요인을 한도제로 묶어서 관리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계획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현금차관·물자차관·외채발행, 그리고 「유전스」 등 단기신용을 규제하지 않고서 시설차관만을 규제한다면 대외부가구성은 오히려 악화될 것임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물론 원리금상환압력과 증대하는 수입수요 때문에 적정외환보유고를 유지할 수 없는 긴박한 사태를 예견한다면 현금차관 물자차관, 그리고 각종 단기신용을 갑자기 규제할 수는 없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외부채구성을 악화시키는 방법으로 차관한도제를 운영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차관으로 건설된 기업이 수입대체 및 억제, 그리고 수출증대에 크게 기여하도록 차관정책을 집행했고, 또 집행한다면 구태여 한도제를 구상할 필요가 어디 있는가 정책당국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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